청빈법관으로 잘 알려진 ‘딸깍발이(가난한 선비)’ 조무제(73·사진) 전 대법관의 조용한 행보가 또다시 화제다.
부산지법은 2009년부터 부산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장을 맡아온 조 전 대법관이 지난 5월 말 퇴임했고, 후임에 박용수(64·사법연수원 5기) 전 부산고법원장이 선임됐다고 27일 확인했다.
그러나 조 전 대법관은 퇴임식이나 환송식도 없이 상임조정위원장직을 조용히 떠나 그동안 그의 퇴임 사실이 3개월 동안이나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를 모신 비서도 사흘 전에야 조 전 대법관에게서 퇴임 사실을 들었고, 퇴임하는 날에도 법원장 정도만 알았을 뿐 후배 법관들조차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법 김윤영 공보판사는 “수년 전부터 그만두겠다고 말씀해 법원에서 계속 일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더는 법원에서도 말리지 못했다”면서 “조 전 대법관은 지역의 큰 어른으로 청렴하고 고고한 선비 같은 분”이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후배 판사는 “조 전 대법관은 법원 내 성금을 모을 일이 있을 때마다 100여만원씩 기부하셨으나 항상 알려지는 것을 싫어해 익명으로 하셨다”고 말했다.
조 전 대법관은 동아대법학원으로 돌아가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만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4년간의 법조인 생활을 마치고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한 채 2004년 모교인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강단에 섰었다.
조 전 대법관은 평소 청빈한 삶을 살면서 월급을 쪼개 지난해 3월에는 20년간 동아대에 발전기금 8000여만원을 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또 “다른 조정위원에 비해 하는 일이 적은데 수당이 많다”며 자진해 수당을 대폭 삭감,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조 전 대법관 후임인 박 전 부산고법원장도 ‘청빈한 행보’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위원장은 첫 출근 때 홀로 승용차를 운전했고, 환영식도 마다한 채 비서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은 뒤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성품으로 ‘한국의 포청천’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조용한 퇴임’… 조무제 前 대법관 부산법원조정센터 상임위원장서 물러나
입력 2014-08-28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