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우중씨 남탓하지 말고 추징금부터 내라

입력 2014-08-28 03:0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대우특별포럼에 참석해 “대우그룹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회장은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출간한 대화록을 통해서도 “외환위기 때 기업 투자를 못하게 하고 대우차를 헐값에 팔아먹었다”며 대우그룹 기획해체설을 제기했다.

한때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 76조원이 넘었던 재계 2위 대기업이 공중분해됐으니 그의 상실감이 어떠했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이제 와서 대우그룹 기획해체설 운운하는 것은 궤변이다. 대우그룹 몰락은 방만한 차입 경영과 문어발식 외형 확장의 결과라는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부채비율 400%를 넘었던 대우그룹은 삼성그룹과의 자동차 빅딜, 미국 GM과의 제휴협상 모두 실패했다. “대우 빚을 처리하지 않았으면 나라가 망할 뻔했다”는 당시 경제 관료들의 얘기가 과장이 아니었다. 대우 계열사에 공적자금 30조원이 투입되고 분식회계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37만명을 넘는다. 경영 잘못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한 데 대해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에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당치 않다.

김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항변이 추징금을 피해가기 위한 꿍꿍이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8월 대우그룹 해체 후 5년8개월간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2005년 귀국해 분식회계, 사기대출,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8년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특별사면됐지만 김 전 회장이 납부한 추징금은 조세피난처에 숨겨둔 은닉 재산이 드러나 884억원을 강제로 빼앗긴 것이 전부다.

국내와 해외에는 부인과 자녀 명의의 골프장 등 재산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추징금을 안 낼 경우 가족이나 제삼자 명의로 숨겨놓은 재산을 강제 환수할 수 있는 ‘범죄수익 은닉 규제·처벌법 개정안’(일명 김우중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김 전 회장은 억울함을 토로하기에 앞서 추징금부터 납부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