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기생 부대’ 부작용 최소화 대책이 먼저다

입력 2014-08-28 03:20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26일 “입대 동기끼리 분대나 소대를 만들어 상하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의 군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의정부시 306보충대 입영식에서 열린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생활관(내무반)에서만 동기끼리 생활하고 일과시간에는 선·후임 간 상하 관계로 돌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훈련과 작전 등 군생활 전체에 있어서 동기끼리 임무를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입대 동기 분·소대는 현재 2사단과 20사단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제도가 효과가 있어서 확대 시행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생활관에서만 동기 또는 같은 계급끼리 지내는 ‘동기 생활관’이나 ‘동급자 생활관’은 이미 상당수 부대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에 비해 동기 분·소대는 사병들의 군생활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기생 부대’는 과거 운영 과정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생기는 등 문제가 있어 중단된 적이 있다. 지휘계통에 혼란이 올 수 있는가 하면 동기생들이 동시에 제대하고 신병으로 채워지면 일시적 공백 상태가 우려되기도 한다. 가혹행위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김 총장은 최근 “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대는 즉시 해체할 것”이라고 특단의 조치를 공언했다. 이에 대해 현실과 거리가 있는 과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대두됐었다. 이번 방안은 부대 해체에 이은 또 다른 획기적인 구상이다. 한마디로 군내 가혹행위가 관심사로 떠오르자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방안을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군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따라서 전투력 강화는 언제나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한다. 가혹행위 방지도 전투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가혹행위를 포함해 군대 내 사고가 말썽이 되자 훈련마저 소홀히 한 채 제발 별 일 없기만을 바라는 지휘관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장, 덕장, 용장보다 복장(福將·복 많은 지휘관)이 최고”라는 우스개가 나도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육군은 논란이 생기자 “새 제도를 육군 전체로 확대한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김 총장은 “최전방 일반소초(GOP) 등 도저히 안 되는 부대를 빼고는 (새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해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대책을 한건주의식으로 내놓는 건 곤란하다. 동기생 부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먼저 따져보는 게 순서다. 군대 조직이 국방이라는 근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