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놀랍지도 않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신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8.6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명이나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187명으로 전년보다 0.11명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꼴찌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될 위기에 처한다는 끔직한 전망까지 나왔다.
출산 기피 현상은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다. 한 가지 대책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초기 대책은 우선 주로 보육비 지원에 집중됐다. 지원금의 상당액은 사립 보육원 원장들의 ‘눈먼 돈’ 잔치에 낭비됐다. 지금부터라도 보육지원은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보육원 증설과 보육교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중장기적 저출산 대책의 큰 가닥은 청년실업 해소, 남녀평등과 일·가정 양립을 통한 여성 고용률 제고 같은 노동시장 정책에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하니까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룬다. 만혼(晩婚)이 늘어나니 합계출산율이 증가할 수 없다. 직장여성이 결혼을 해도 애를 낳고 나면 언제까지 자신의 소득이 보장될지 알 수 없으니 양육비 부담 때문에도 출산을 꺼린다. 따라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맞물린 보육 지원, 교육정책이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독일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2000년대 초까지 가족 지원에 많은 현금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유럽 평균에 못 미쳤다. 독일은 2002년 ‘어젠다 2010’을 수립하고 ‘1인 부양자 모델’을 ‘2인 부양자 모델’로 전환했다. 정책의 초점도 부부 맞벌이를 전제로 가족생활과 직장생활을 양립할 수 있게 하고, 공적 보육 제도와 모성보호 제도(산전후휴가·육아휴직)를 강화해 성과를 거뒀다.
단기적인 결혼·출산 장려 정책도 좀 더 효율화해서 병행해야 한다. 육아휴직 장려금을 찔끔찔끔 높인다고 해서 육아휴직이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대부분 기업 내에 엄존하는 출산·육아와 관련된 실질적인 불이익 조치를 없애지 않는 한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은 개선되지 않는다. 기업 스스로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일삼거나 휴가·휴직의 권리 행사를 저해하는 기업을 엄벌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을 벗어날 단계부터 출산율은 그 나라의 경제·사회 정책과 사회안전망의 종합성적표라고 볼 수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출산율은 국민의 주관적 행복과 미래에 대한 낙관 정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도 있다. 정부는 낮은 출산율로 대변된 형편없는 성적표를 깊이 반성하고, ‘인구 소멸 위기’라는 경고를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설] 저출산 대책 새로 짜자
입력 2014-08-28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