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한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미 두 차례나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강원도 양양의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착공을 지원하기 위해 대청봉 턱밑으로 계획된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다. 또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고 탐방예약제와 정상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 남산의 곤돌라형 케이블카 추가 설치를 위해 사업비 및 운영비, 대체부지 지원 방안 등을 서울시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경남 산청을 비롯한 지리산권 등 케이블카 설치를 희망하는 지역에 대해 연내 실태조사를 하고 환경친화적인 케이블카 설치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한 케이블카가 지자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의 경우 지난해 137만명이 탑승해 연매출 100억원과 함께 경제적 파급효과 1300억∼1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13만명의 통영시가 시민들로부터 1년 동안 거둬들이는 세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여수시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여수해상케이블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도 만만찮다. 설치 과정에서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 탐방객들이 다른 봉우리로 이동하거나 걸어서 하산할 경우 심각한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은 헬기를 동원해 건설자재를 운반하기 때문에 환경 훼손이 최소화되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른 탐방객들은 반드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등산객이 감소해 오히려 환경이 보전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은 자연 보호와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 케이블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는 7.5㎞ 길이의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남아공의 테이블마운틴, 중국의 황산과 장가계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는 케이블카가 2500개나 설치되어 있고, 일본은 29개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4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논란 끝에 양양 설악산과 서울 남산의 케이블카 설치 계획이 확정됐지만 지리산권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돼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지자체는 경남 산청과 함양, 전북 남원, 전남 구례 등 4곳이다. 2010년에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4개 지자체들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샅바싸움을 하고 있어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지난 6·4지방선거 때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낙연 전남지사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요청으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영호남 각 1곳 검토 의사를 표시했다. 결국 산청과 함양, 남원과 구례가 각각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자발적 합의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허가권을 쥔 환경부가 환경단체의 반발과 탈락할 지자체의 반발을 우려해 법과 규정에도 없는 단일화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어 지리산권 지자체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웃사촌의 감정싸움을 막고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공정한 평가를 통한 선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평창에 동계올림픽을 양보한 무주에 태권도공원 조성을 지원한 당근 정책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내일을 열며-박강섭] 지리산 케이블카 해법 없나
입력 2014-08-28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