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세금 줄이려 캐나다로… 캐나다 커피 체인점 인수+본사 이전

입력 2014-08-28 03:15
미국 외식업체 버거킹이 캐나다 1위의 도넛 및 커피 체인점인 팀 홀튼을 110억 달러(11조1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금 도치(tax inversion)’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부자증세를 주장해온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이번 합병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백악관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세계 3위의 공룡 패스트푸드 체인 탄생=버거킹은 수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팀 홀튼을 인수키로 했다. 합병으로 세계 100개국에 점포 1만8000개, 연매출액 230억 달러(23조4000억원) 규모의 세계 3위 패스트푸드 체인이 탄생하게 됐다. 새롭게 출발할 법인의 본사는 버거킹 본사가 있는 미국 마이애미가 아닌 캐나다에 자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버거킹이 팀 홀튼을 인수하고 본사 역시 캐나다로 옮기지만, 두 브랜드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WSJ는 전했다. 버거킹 지배주주인 ‘3G캐피털’의 알렉스 베링 최고경영자(CEO)는 “두 회사를 공동 소유구조로 만들어 우리는 더 강력한 업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인수자금 중 30억 달러(약 3조480억원)를 지원하고 연 9%의 수익을 챙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버거킹이 본사를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세율이 낮은 캐나다로 옮기기로 하면서 ‘세금 도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금 도치는 높은 법인세율을 피하려고 국외 거점 기업을 인수하고 본사를 그쪽으로 옮겨 세금을 절약하는 기법으로, 미국 대기업이 잇따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평균 38% 수준인 반면 캐나다는 평균 27%다. 주요 7개국(G7) 중 21%인 영국 다음으로 낮다.

◇곤혹스러운 백악관=지난달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 애국주의’를 언급하며 세금 도치를 비난한 상황에서 부자증세 전도사로 알려진 버핏 회장이 정작 세금 축소를 위한 투자에 나서자 백악관이 난감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발표 직후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로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미국의 많은 중산층에 공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세금 회피 척결을 모색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캐나다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나타냈다. 조 올리버 재무장관은 “버거킹의 인수가 국익에 맞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 조건 자체가 팀 홀튼에 유리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논란이 커지자 베링 CEO는 “세율 때문에 인수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버핏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팀 홀튼이 버거킹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이번 인수는 세금이 아닌 비즈니스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한 인사는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이번 인수가 세금 도치에 가장 큰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