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 서부중앙교회 장태봉(73·사진) 원로목사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순국추모비 복원운동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순국추모비 복원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추모비가 철거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가 무릎 굽혀 사죄했던 역사의 현장이 사라진 것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장 목사가 이 운동에 적극 나선 것은 지난봄부터다. 예년처럼 추모비 앞에서 헌화와 기도를 드리려 방문했다가 철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순국추모비는 예사롭지 않은 기념물입니다. 2001년 10월 15일 한국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추모비 앞에 무릎을 굽혀 헌화하고 참배한 곳이지요. 일본 총리로서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사죄의 뜻도 밝혔고요. 그런 의미 있는 곳을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함부로 철거하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추모비는 한때 철거위기에 놓였던 서대문형무소가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조성되면서 함께 건립됐다. 이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목숨을 잃은 400여명 가운데 당시까지 공식기록으로 확인된 유관순 열사 등 90명의 이름을 오석(烏石)에 금박 형태로 붙였다. 하지만 2009∼2012년 역사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추모비는 철거되고 ‘민족의 혼 그릇’이라는 추모 조형물로 대체됐다.
장 목사는 “폴란드는 19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나치정권에게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을 조형물로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며 “있는 것 마저 없애버린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추모비를 복원하면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참배모습과 발언내용 등을 담은 조형물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각계각층에 호소하고 있다. 했다. 특히 청와대와 총리실, 국가보훈처, 서울시, 서대문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필요하면 모금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1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도 전개 중이다.
그는 “일본의 아베 내각은 침략역사 부정, 집단적 자위권 발동, 독도 영유권 주장, 고노 담화 검증 등 무례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무릎을 굽혀 사죄한 역사의 현장을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반(反) 역사적 공세에 맞서 한국교회가 역사의식을 바로세우고 일본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후세에도 애국애족과 나라사랑의 정신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목사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망한다’고 경고했다”며 “서대문구의 자랑이자 역사적 사건의 현장인 조형물이 회복돼 후세에 길이길이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일본 총리도 사죄의 참배한 역사적 상징 없애다니…”
입력 2014-08-28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