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해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없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여서 감수하려 했다”며 “하지만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기 때문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대우그룹 임직원 모임인 대우인회와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대우특별포럼’에 참석해 약 5분간 지난날의 소회를 담담히 털어놨다. 지난해 3월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 이후 1년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15년 전 대우 해체 과정의 뒷이야기를 이제야 꺼내는 이유에 대해 “지난 일에 연연하려는 게 아니라 역사에서 우리가 한 일과 주장을 정당히 평가받고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통해 조금이라도 과거보다 나아진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과거 잘못된 실수가 미래에 다시 반복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북받쳤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평생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려왔고, 그것이 국가와 미래세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며 “거기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모인 500여명의 인사들은 김 전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생애 동안 마지막 봉사라 여기고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게 성심껏 도와주려고 한다”며 “대우정신을 계승할 후배라 생각하고 많이 성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은 김 전 회장의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출간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대우그룹은 1967년 김 전 회장이 설립한 대우실업에서 출발해 30여년 만인 1998년 41개 계열사에 자산총액 76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계 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1999년 8월 워크아웃 결정이 내려진 뒤 해체됐다.
김 전 회장은 워크아웃 결정 후 해외에 체류해 오다 2005년 6월 귀국한 뒤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1월 특별사면된 뒤 베트남에 주로 머물렀던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 주말 귀국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대우 해체 합당했는지 사실 밝혀야”… 김우중 ‘대우특별포럼’ 참석
입력 2014-08-27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