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침례교단의 대표적인 교회로 꼽히는 유성구 노은교회는 꿈과 사랑이 넘실대는 공동체다. ‘아버지(아비) 목회’로 명성이 자자한 김용혁(63) 목사는 지난 24일 주일 예배가 끝난 뒤 “목회(牧會)의 기본적인 사역은 주님의 양떼를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목양(牧羊)과 같다”면서 “목양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비 목회란 아비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기고 성도를 섬기는 것을 말한다.
◇야경주독(夜耕晝讀) 끝 목회자 길로=1967년 중3 때 아버지를 여읜 김 목사는 꿈 많은 학창시절 대학을 세 번이나 떨어져 인생의 깊은 좌절을 느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맞섰다. 김 목사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75년 군 제대를 몇 달 앞둔 어느 날 속초 앞바다 방파제에서 성경을 읽는 중 일어났다. 홍해 바다를 가르고 히브리 민족을 구한 ‘모세의 지팡이’가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네 손에 든 게 뭐냐?”는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다. 말년 병장 김용혁은 더 이상 눈이 작고 나약하며 자존감이 약한 이전의 그가 아니었다.
제대하자마자 체신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그는 75년 한국통신공사(KT)에서 10년 가까이 직장선교 활동을 펼쳤다. 그의 근무 시간은 주로 밤이었기 때문에 밤엔 일하고 낮엔 공부하는 ‘야경주독’의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방송통신대를 중퇴한 그는 세상 학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82년 대전침신대에 입학, 86년 졸업과 동시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퇴직금 1400만원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교회는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다. 142㎡(43평)의 지하교회 생활은 6년 넘게 지속됐다. 교인은 20∼30명에 머물렀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김 목사는 교회의 진퇴를 걸고 기도원에서 21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마지막 사흘을 앞두고 눈물의 성령을 받았다. 너무 뜨거워 볼이 델 정도의 눈물을 펑펑 쏟고 내려온 뒤 유성구 구암동에 406㎡(123평) 땅을 매입해 조립식 교회를 세우고 목회 열정을 불태우자 출석 성도가 마침내 100여명으로 늘었다.
이후 2001년 ‘대전의 분당’으로 불리는 유성구 노은동에 새 예배당을 짓고 옮겨와 제2의 창립예배를 드렸다. 2007년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계기로 김 목사의 비전은 예수님의 마음으로 지역·민족·세계를 섬기는 적극적인 복지선교로 바뀌었다.
임연숙(59) 사모는 비전센터 2층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1층 ‘아동복지시설’은 교회를 포함한 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층 ‘시인과 농부 카페’는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늑한 분위기 속에 각종 차와 다과를 즐기며 교제의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4층 ‘다목적 체육시설관’은 주중에는 배드민턴, 핸드볼, 농구, 풋살, 스포빙고 등 성도들의 체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곳으로 주일에는 교회학교 학생들의 예배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예배당도 그냥 닫혀 있는 곳 없다=김 목사는 교회 시설을 잠시라도 비워두지 않는다. 주차장 공간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을 섬긴다. 올해에는 선교사들의 노후 대책과 부교역자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비전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대전생명의전화 창설자(1985년)이며 현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목사는 ‘생명의전화 2000시간 상담’ 기록을 갖고 있는 전문 상담가다.
김 목사가 발급해주는 ‘남편과 아내 면허증’은 자타가 공인하는 의미 있는 자격증이다. 주례사를 부탁하러 오는 예비부부는 2시간 이상 걸리는 ‘결혼학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또한 남녀·문화 차이, 성생활, 경제관, 분노(감정) 조절, 신앙생활 등 6가지 주제별 책을 읽고 그중 1권을 선택해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김 목사는 자신의 주례로 부부의 인연을 맺은 커플 중 이제까지 파경을 초래한 가정은 단 한 쌍도 없다고 했다.
“‘해바라기’는 해를 향해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고 ‘달맞이꽃’은 달을 바라보며 기쁨을 누리듯 우리는 모두 창조주 하나님 안에서 비로소 참 행복을 얻는 ‘하바라기’ 인생입니다.” 평소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성도들을 섬긴다는 김 목사는 “일만 스승은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않다는 고린도전서 4장 15절 말씀을 읽고 바울과 같은 아비 목회자가 되기를 소망했다”고 밝혔다. 창립 28년 만에 출석 성도 1000여명의 주목받는 교회로 성장한 비결이다.
대전=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아비목회란 아버지의 마음으로 교회와 성도 섬기는 것”
입력 2014-08-28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