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몰락은 김우중-DJ정부 경제팀 충돌 탓”…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신장섭 교수 주장

입력 2014-08-27 04:37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15년 만에 김우중 전 회장 진영이 당시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김대중정부 경제팀 수장들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저자인 신장섭(사진)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 행사를 갖고 대우그룹 해체 과정의 각종 의혹을 해명하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경제정책을 놓고 실물경제론을 주장한 김 회장과 구조조정을 강조했던 경제 관료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대우의 몰락이 초래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정책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향해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론을 강조했던 것이 한국경제에 바람직했다고 생각하나”, “대우자동차 매각, 나아가 정부의 대우그룹 워크아웃이 잘된 일이라고 보나”라고 추궁했다.

신 교수는 이 전 부총리에게는 외환위기 당시 ‘GM과 대우차의 합작 논의를 GM이 깼다’거나 ‘대우차는 기술력이 없어 자립할 수 없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강 전 장관에게는 ‘대우그룹의 단기 차입금 19조원 증가 원인이 외상매출 때문’이라고 밝힌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당시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가 (대우그룹에 대해) 자꾸 나쁘다고 하면 금융권은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IMF와 정부 경제 관료 주도로 밀어붙였던 구조조정의 비극은 단순히 대우그룹 해체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수많은 국부가 유출됐고, 현재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구조조정의 주요 성과로 기업 부채비율 감소를 꼽는데, 대신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면서 “기업이 갖고 있던 부채가 가계로 옮겨간 셈인데, 경제를 위해 부채는 기업이 갖고 있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자산도 외국에 헐값에 넘어갔다”면서 국민은행과 현대차, 포스코 등 우량 기업의 주식을 외국인이 50% 이상 점유하고 있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신 교수는 헐값에 미국 GM에 매각됐던 대우자동차의 주력 차종과 생산 기반이 글로벌 시장에서 GM의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대표적 국부유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GM은 대우차를 거의 공짜에 인수해 한국경제에 210억 달러 이상 손실을 입혔다”며 “한국정부는 대우 해체에 따른 비용을 모두 부담했고, 대우가 이뤄놓은 성과는 헐값에 사들인 GM이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봉균 전 장관은 이날 “국제금융기관에서 방만한 투자를 정리하지 않으면 돈을 못 빌려주겠다고 해서 다른 재벌들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자구노력을 했는데 대우만 안 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당시 부채비율 200% 규제와 수출금융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정 건전성 기준이어서 우리도 거기에 맞추자는 것이었는데 대우만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대우의 빚이 급증한 것은 수출금융 때문이 아니라 금융권이 대우가 불안해서 돈을 안 빌려주니까 고금리 회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