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신주의’ 없앤다… 부실대출 등 금융사 직원 사후 제재 축소

입력 2014-08-27 04:45
다음달부터 은행 등 금융권 직원들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직접 제재가 원칙적으로 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 대책이다. 사후에 부실 대출이 됐더라도 직원의 고의·중과실이 없거나 5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라면 책임을 면해주는 면책 규정도 신설된다. 제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창업·기술기업에 대해 소극적으로 지원해 온 금융권의 대출 관행이 바뀔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을 보고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규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일선 금융기관의 보신주의가 해소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나온 후속대책이다.

대책의 골자는 부실 대출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 보장’에 있다. 고의·중과실이 없었고,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이나 5년이 지난 과거의 잘못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준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뿐 아니라 은행 자체적으로도 내규·절차상 하자가 없는 부실에 대해서는 승진 누락, 성과급 감봉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고 완전하게 면책해주도록 했다. 단 임원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 관련 사안이 아닌 다른 잘못에 대해서도 ‘금융질서와 소비자 권익을 심각히 저해하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아니라면 금융감독원이 직원 개개인을 직접 제재하지 않도록 했다.

금융위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국내 금융 감독과 제재가 지나치게 개인 제재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보수적 금융문화의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3년(2011∼2013년)간 금감원의 기관 제재는 218건이었던 반면 직원 제재는 3454건에 달했으며 이 중 81%가 경징계였다. 금융위 김용범 금융정책국장은 “국내 금융 당국은 기관 제재 중심인 선진국과 달리 말단 직원까지 직접 제재하고 있다. 사전 예방보다 사후 제재에 치중된다”면서 “이렇다 보니 금융사 직원들은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업무의 주된 목표가 되고 대출이나 투자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기술·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대출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술금융 역량, 신시장 개척 노력,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종합 평가하는 ‘은행혁신성평가’를 도입키로 했다. 건전성 중심의 경영실태 평가와 별개로 등급을 매겨 정책금융 우선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금융 개혁을 위해서는 정권에 따라 휘둘리는 정부 정책 운영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단기 성과주의 등으로 치우치는 것도 문제”라면서 “정책이 예측 가능하게 움직일 때 금융권의 보신주의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