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위세 눌려 중도파 ‘입’ 닫나

입력 2014-08-27 04:33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이 26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대여 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대통령은 응답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여야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병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대여 총력투쟁에 들어갔다. 하지만 말뿐이고 실제로는 130석이나 되는 제1야당의 총력은 모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이 발표된 7일 이후 개최된 세 차례 의원총회의 참석률은 60∼80%에 불과했다.

이른바 계파 보스들의 존재감도 의총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의총장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뒷짐 지고, 외면하고, 우격다짐하는 사이 제1야당의 표류가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8·7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 발표' 직후인 지난 11일과 재합의안이 발표된 19일, 그리고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한 25일 등 최근 세 차례 의총을 개최했다. 선거 참패로 붕괴된 당 재건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가 담긴 세월호 특별법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출석률은 낮았다.

의총 직후 새정치연합이 밝힌 바에 따르면 11일 의총에는 75명(57%), 19일은 80명(61%), 25일은 104명(80%)이 각각 참석했다. 세 차례 가운데 의원 총의를 묻는 의총이었다고 할 만한 경우는 그나마 25일 하루에 불과했다. 30∼50명은 당의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의원은 참석자 수를 확인한 뒤 적으면 안 가고, 많으면 슬쩍 얼굴만 비추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정치연합의 의총은 대체로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 야당 특유의 선명한 정체성과 투쟁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압도돼 중도파는 아예 입을 닫고 있다.

중도파 한 의원은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잘못 찍히면 나중에 공천 때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강경파들이 흔드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옛 민주당은 19대 공천심사 과정에서 정체성을 평가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의 경우 잘못 발언을 했다가 후배 의원들에게 의총장에서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심을 잡아줄 계파 보스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의총을 외면하고 있다. 중도파를 이끄는 김한길·안철수 상임고문은 공동대표 사퇴 이후 의총에 불참하고 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자숙한다고 하지만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노무현계를 대표하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지난 22일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문 고문은 전날 의총이 열리던 시각에 노무현재단이 주최하는 영화제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영화제에는 가고, 의총에는 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세균 고문은 의총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현재 새정치연합의 의총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도부가 미리 의총 전에 각본을 짜놓거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구난방 떠들기만 하는 일이 많아 의총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운 때일수록 소속 의원 모두가 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중지를 모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