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졸업했으니 이제는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시합을 준비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탈북 복서’ 최현미(24·사진)씨가 지난 25일 성균관대 졸업장을 받았다. 스포츠과학과 10학번으로 입학한 지 4년6개월 만이다. 대학생활 내내 프로복서로 활동해 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졸업이다.
세계복싱협회 슈퍼페더급 여자챔피언인 최씨는 탈북 4년 만인 2008년 세계 정상에 올랐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만으로도 만만찮은 일인데, 그는 이후 지난해 5월까지 7차례 방어에 성공하며 이름을 날렸다. 북한에서 11세부터 복싱을 시작했다는 그는 “북한 유소년 국가대표였고 한국에 와서도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복싱이어서 자연스레 이 길을 계속 걷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시험 기간에는 밤샘 공부를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아침 운동에 나가곤 했다. 그는 “합숙훈련에 들어가서도 학교 과제를 작성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놓친 수업을 따라잡았다”면서 “합숙훈련 기간이 시험기간과 겹쳐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거나 수강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잦았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그럼에도 대학생활은 내 인생의 큰 보람”이라고 했다. 그는 “복싱은 개인 운동이기 때문에 합숙훈련 동안 항상 혼자지만 대학생활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 때문에 수학여행과 졸업여행을 모두 포기했는데, 대학에서는 엠티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고 활짝 웃었다.
최씨는 지난 5월 체급을 올려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지금은 10월 말 2차 방어전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시합이 끝나면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는 “여자 복싱 분야의 체계를 다지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째를 맞은 최씨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나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대학에서도 시간을 절약하면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학사모 쓴 탈북 복서 최현미 “훈련 때도 인터넷 강의 들으며 공부”
입력 2014-08-27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