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앞두고 이웃 나라에 손 내미는 중국

입력 2014-08-27 03:00
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이웃 국가들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베트남 공산당 레 홍 아잉 정치국원 겸 상임서기가 중국 공산당 초청을 받아 이틀간 일정으로 26일부터 방중했다. 지난 5월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도서 주변 해역에서 원유시추를 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시위가 일어나 중국인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했다. 중국이 지난달 시추시설을 철수하면서 누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신화통신은 “아잉 서기는 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응웬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복원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공산당도 “남중국해 원유시추사건의 재발을 막고 양국 당정의 공고하고도 안정적인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또 반중시위 희생자들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적절한 배상을 약속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아잉 서기의 방중은 지난 6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베트남 방문 이후 양국 간 최고위급 교류다. 장제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은 긴장 속에서도 당 대 당 교류를 통해 양국 간 관계 유지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국제시평’을 통해 시진핑(사진) 국가주석의 몽골 방문 성과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이웃나라들과의 상생법은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을 한데 모음으로써 차이점을 줄인다)”라며 “대화와 협력으로 분쟁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도 한 발짝 다가서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교토통신은 “중국 민간우호단체인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의 리샤오린 회장이 9월 중순과 10월 초에 오사카와 도쿄를 잇달아 방문하는 방향으로 조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리 회장은 시 주석의 측근으로 과거 일본 방문에서 아베 신조 총리나 아소 다로 부총리 등과 비밀회담을 했다”면서 “방일 기간에도 APEC을 염두에 두고 극비리에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리 회장은 리셴녠 전 국가주석의 딸로 시 주석과는 어린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BBC중문망은 “중·일 관계가 민간외교를 통해 화해 무드로 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뭔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문제에서도 중국은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중국 당국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측과 대화에 나선 사실을 공개했다”고 인도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우잉제 티베트 자치구 부서기가 지난 24일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인도 기자들에게 “달라이 라마 특사와의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