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기간 끝났지만 에볼라 창궐하자 다시 짐 풀어… 의료구호 중 감염 ‘윌 풀리’ 헌신 화제

입력 2014-08-27 03:02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초의 영국인 윌 풀리(29)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런던으로 후송돼 치료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헌신적인 의료구호 활동담이 영국 사회를 감동시키고 있다.

풀리는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간호 일을 배웠다.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지난 2월 시에라리온으로 의료구호 봉사를 떠났다. 처음에는 수도인 프리타운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했다. 죽어가기 직전의 에이즈 환자와 암 환자를 돌보는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아주 헌신적으로 아프리카인들을 돌봤다. 당시 어머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기도 없고, 물도 부족하고 내전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며 “이들의 가난한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풀리는 당초 6개월 정도 현지에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봉사를 마칠 즈음 시에라리온에 에볼라가 창궐하면서 체류를 연장했다. 그리고 5주 전 시에라리온의 한 지방도시인 케네마로 떠났다. 에볼라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동료들은 감염될 수 있다며 그를 뜯어말렸다고 한다. 이미 케네마에서는 15명의 현지 의료진이 에볼라에 감염돼 숨진 뒤였다. 하지만 풀리는 환자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며 끝내 케네마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케네마의 병원은 환자로 넘쳐났다. 그러나 마땅한 치료약도 없었다. 게다가 의료진도 상당수가 도망친 뒤였다. 그럼에도 풀리는 제한된 약으로 정성스레 치료에 나섰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완치됐다. 현지의 한 의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풀리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뭐든지 했다”며 “그는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풀리는 귀국 뒤 가족을 면회할 때 “환자들이 치료돼 스스로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이 전했다.

가족들도 남달랐다. 가족들은 후송 뒤 발표한 성명에서 “풀리를 데려와줘 감사하다”며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풀리처럼 좋은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수많은 다른 환자들이 있음을 영국과 국제사회가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