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누리지 못하는 병

입력 2014-08-27 03:54

미국으로 이민 간 친척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식들도 모두 성공해 남부러울 게 없고 집도 크고 훌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하실에 있는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과 통조림이라며 자녀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돼요. 결국 다 버려야 하는 음식들인데 아직도 어머니는 계속 음식과 통조림을 사오세요. 자식들도 결혼하고 이제 두 분만 사는데 무슨 음식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그 집주인은 6·25전쟁으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때의 두려움과 배고픔의 고통이 각인된 모양이다. 미국에 와서 성공한 지금도 그의 마음은 전쟁고아 때의 굶주림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동화 속에서 거지였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왕자가 돼 궁으로 들어갔으나 여전히 먹을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부요한 자는 모든 것을 가진 자가 아니며 자기가 가진 것을 누리는 자다. 전도서 6장 2절에 어떤 사람은 그의 영혼이 바라는 모든 소원에 부족함이 없어 재물과 부요와 존귀를 받았으나 그것을 누리지 못하는 악한 병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누리지 못하는 병에서 치유되길 기도하자. 삶을 누릴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