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네 괜찮아? 거기 비가 많이 왔다면서? TV를 보니 굉장한데?” 동생의 말에 TV를 켜니 놀라운 보도들이 나온다. 지하철에 물이 쏟아져들어 마치 지하철 내부는 거대한 계곡으로 변했다고 앵커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보도하고, 흙탕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에스컬레이터를 비췄다. 어디선가는 버스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몇 사람의 승객이 실종되었다는 리포터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불안정의 두 판이 남부지방 하늘에서 부딪힌 결과 거기에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도 이번 지하철 사건이, 또는 버스 승객들의 죽음과 실종이 인재인가 천재인가의 설전이 오가게 생겼다. 그런데 책임소재를 자연에 돌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요즘의 싱크홀 문제들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것은 인간들이 사방에 흙을 파내고 짐을 지우고 땅이 먹어야 할 물을 빼앗았기 때문에 혹은 지나치게 물을 먹였기 때문에 땅이 심한 스트레스로 괴롭힘 당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 사람들이 땅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 거대한 자연의 스트레스. 빙하의 녹아내림,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부쩍 잦아진 지구의 지진들….
세월호 참사라든가 그런 것들이 자본에 눈 먼 인간들이 일으킨 인재이듯 오늘의 싱크홀들도, 장대비도 인재인 것이다. 땅과 하늘은 문명 앞에서 이제 너무 지쳤을 것이다. 참을성 많은 자연, 이젠 더 참을 수 없어진 것일 게다. 인간들의 자본에 얽힌 탐욕 문제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으리라.
이런 글을 펴본다. 현대문명이 달려오던 근대에 통나무집을 짓고 월든 강가에서 혼자 살았던, 최초의 생태주의자인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일기다.
“한편에서 울타리를 태우면서 숲을 보존하겠다는 사람들! 나는 그 울타리가 반쯤 타서 끝부분이 초원 중간에서 없어진 것을 보았다. 어떤 지독한 구두쇠가 측량기사를 데리고 사라진 자기 땅의 경계를 찾고 있었다. 숲을 돌아다니는 동안 그의 주변에는 천국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그는 천사가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천국의 한가운데서 울타리를 박았던 자국만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강은교(시인)
[살며 사랑하며-강은교] 하늘의 스트레스
입력 2014-08-27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