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25일 기록적인 국지성 폭우로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24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25일 오후 1시쯤부터 굵어져 금정산을 낀 지역과 기장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고 130㎜의 기록적인 ‘물 폭탄’을 퍼부었다. 오후 5시쯤 비가 그쳤지만 금정구에는 242㎜, 북구에는 222㎜가 내렸다.
오후 3시15분쯤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에서 승용차 1대가 물에 고립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보트를 이용해 지하차도 내 침수된 차량에서 나모(57·여)씨와 임모(15)양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오후 4시쯤 북구 덕천동 한 아파트 옆 경사진 길을 건너던 남모(60·여)씨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다가 차량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오후 4시30분쯤 기장군 일광면에서 여성 3명이 탄 승용차 1대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에 휩쓸려 1명이 숨졌다. 운전자 등 2명은 탈출했지만 조수석에 탔던 홍모(53·여)씨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오후 2시22분쯤 북구 구포동에 있는 한 아파트 경로당이 인근 산에서 쏟아져 내린 수백t의 흙더미에 붕괴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경로당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주민의 진술로 미뤄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빌라 주민 20여명은 산사태를 우려한 공무원이 미리 대피시킨 덕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간 부산∼울산고속도로 장안나들목 인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부산 방면 2개 차로가 통제됐다. 또 북구 구포3동에 있는 빌라 뒷산 토사가 무너져 주민 15명이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집중호우로 학교 건물 1층까지 침수되면서 옥상으로 대피했던 북구 구포1동 양덕여중 학생 400여명은 오후 5시쯤 물이 빠지면서 안전하게 귀가했다.
또 오후 2시22분쯤 금정구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선로가 빗물에 잠겨 부산대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 북구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 선로가 30∼40㎝가량 잠기는 바람에 구명역부터 금곡역까지 7개 역 구간의 운행도 중단됐다.
오후 4시12분쯤에는 석대천에서 넘쳐흐른 빗물이 금사역으로 흘러들어 도시철도 4호선 전 구간이 멈춰 섰다. 1호선 열차 운행은 오후 5시50분부터 재개됐다고 교통공사는 밝혔다.
남해고속도로 만덕교차로에서 덕천나들목까지 2.4㎞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도시고속도로인 번영로 오륜터널에서 회동나들목 구간도 전면 통제됐다.
이 밖에도 내성과 동래·금정·우장춘 지하차도, 중앙대로 교대교차로, 가야대로 학장교차로, 정관산업로 등 주요 간선도로도 침수돼 부산 전역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전남 지역에서도 광양 백운산174㎜를 비롯해 순천 138.5㎜, 신안 132.5㎜, 장흥 126㎜, 광주 118㎜ 등 많은 폭우가 쏟아져 순천 조례공원과 주택 4채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부산·창원=윤봉학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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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30mm 부산은 물바다… 도심 사실상 마비
입력 2014-08-26 0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