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맞은 두 소년의 ‘두근두근’ 인생 이야기

입력 2014-08-27 03:18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에서 좌충우돌 웃음을 선사하는 니콜라 역의 마테오 부와슬리에(왼쪽).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여자친구 이자벨과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 연기로 심금을 울리는 조성목(왼쪽). 이웃집 친구 역을 맡은 백일섭과 손가락 걸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영화는 배꼽 빠지게 웃게 만든다. 또 다른 영화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가족 영화 2편이 각각 상반된 무기를 내세워 관객몰이에 나선다. 지난 21일 개봉된 프랑스 코미디 영화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과 9월 3일 개봉되는 휴먼드라마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두 편 모두 10대 꼬마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어른 못지않은 연기로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온 가족이 함께 보면서 서로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어른 같은 꼬마 니콜라의 바캉스 대소동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은 가족들과 함께 바캉스를 떠난 니콜라의 좌충우돌 여행기다. ‘여친’ 마리와 이별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니콜라는 바닷가 여행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 호텔 주인 아들이라 바캉스가 따로 없는 블레즈, 뭐든지 주워 먹는 프뤽튀에, 하루 종일 징징거리는 울보 크레팽, 짜증나게 우기는 꼼므 등 친구들의 캐릭터가 장난 아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아빠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의 딸 이자벨과 나중에 결혼을 시켜야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마리와의 결혼을 꿈꾸던 니콜라는 억지 결혼을 하기 싫어 친구들과 작전에 나선다. 하지만 볼수록 자꾸만 이자벨에게 눈길이 가는 걸 어쩌지? 마침내 이자벨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마리에겐 헤어질 것을 통보하는 편지를 보낸다.

니콜라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마테오 부와슬리에(12)는 다양한 표정을 발군의 연기로 선보인다. 여자친구만 바라보는 ‘순정남’부터 처음 만난 소녀에게 흔들리는 ‘갈대남’까지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수천 명이 몰려든 오디션을 거쳐 부와슬리에를 캐스팅한 로랑 티라르 감독은 “어른들도 뺨칠 만한 코믹하고 눙치는 연기를 재치 있고 영리하게 해냈다”고 칭찬했다.


‘얼굴은 80, 마음은 16세’ 아름이의 희망가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과 가장 어린 부모의 이야기다. 한때 헛발 왕자로 불리던 태권도 유망주 대수와 아이돌을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가 열일곱 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서른셋의 나이에 열여섯 살 아들 아름이를 두었다. 아들의 재롱을 보며 행복했던 순간도 잠깐, 아름이가 선천성 조로증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 살이다.

언제 숨질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아름이가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자신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로 인해 한 뼘 더 성숙해지는 어린 부모, 삶의 가장 빛나는 청춘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빨리 성숙해진 아들. 이런 가운데 끝까지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름이 역으로 데뷔한 조성목(13)은 80대 노인 얼굴을 위해 촬영 때마다 4∼5시간 분장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원로배우 백일섭과 친구 삼으며 어른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재용 감독은 “얼굴을 노인분장으로 가려야 하는데 조성목의 눈이 아주 예쁘더라. 눈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은 프랑스 작가 르네 고시니와 장 자크 상페의 소설이 원작으로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돼 2000만부가 판매됐다. 영화에서는 프랑스 국민배우 카드 메라드와 발레리 르메시에가 부모로 나온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이 원작으로 2011년 출간되자마자 3개월 만에 14만부가 팔렸다. 배우 강동원과 송혜교가 영화에서 부모 역할을 맡았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