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지역에서 집중호우 속을 달리던 시내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승객 1명이 숨지고 운전사와 승객 4∼6명이 실종됐다. 이번 사고는 무리한 운행과 안전관리 부재에 따른 인재(人災)임이 드러나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25일 오후 2시50분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지산교 인근 덕곡천에서 71번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잠겼다. 버스는 지산교 교각에 걸렸지만 안모(19)양이 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운전사 정모(55)씨 등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버스 창문을 깨고 안으로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인 데 이어 오후 7시30분쯤 크레인을 동원해 버스를 인양했다. 하지만 차량 안에서 추가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이 일대는 바다와 500여m 거리로 가까워 수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사고버스 운전사가 침수 지역을 피하기 위해 정규노선을 이탈해 운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는 정규노선인 진동 종합복지관과 진동파출소 쪽으로 가다가 도로 침수로 차량이 통제되자 농로로 우회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주민 A씨는 경찰에서 "학동에서 나오던 시내버스가 도로가 침수된 사실을 알고 인근 좁은 농로를 이용해 운행하다 하천으로 빠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찰은 버스회사 측이 폭우로 정상적인 운행이 어려운 운전사에게 무리한 운행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남부지방에는 서해 남부 해상에서 동북 쪽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오후 4시까지 창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70.5㎜의 비가 내렸다. 또 부산 242.0㎜, 고성 235.0㎜, 제주 윗세오름 180.5㎜, 광양 178.0㎜, 익산 157.5㎜, 서귀포 145.0㎜, 순천 139.0㎜, 함안 131.5㎜, 화순 123.5㎜ 등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은 버스사고 희생자 외에도 4명이 숨지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도시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곳곳에서 도로가 침수되는 등 도심기능이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오후 3시54분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설비용량 65만㎾)는 취수건물에 빗물이 과다 유입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부산·창원=윤봉학 이영재 기자 bhyoon@kmib.co.kr
창원 버스 급류에 휩쓸려 1명 사망·4~6명 실종…물폭탄에 무리한 운행이 부른 ‘人災’
입력 2014-08-26 05:14 수정 2014-08-26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