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달 SM5 D(디젤)를 출시하고 줄곧 던진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이 차는 연비를 위해 태어났다.’
차에 처음 앉았을 때 ‘진짜 연비만을 위해 태어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 차와 달리 운전대에는 아무런 조작 버튼이 없었다. 플라스틱이 많이 쓰인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센터페시아에는 대형 화면 대신 손바닥 반 크기의 구형 디스플레이가 깜빡였다. 중형차에 디젤엔진을 넣고 가격을 2000만원대 중반에 맞춘 제작사의 안간힘을 엿볼 수 있었다.
연비는 훌륭했다. ‘연비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울 도심에서 12∼13㎞/ℓ가 기록됐다.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도심까지 고속도로 90%, 시내 10% 비율로 운전을 했을 때도 16.0㎞/ℓ가 넘는 연비가 나왔다. 차 크기를 고려하면 하이브리드급 연비다. 공인연비는 16.5㎞/ℓ이다.
제작사가 여러 옵션을 포기한 대신 놓치지 않은 것이 또 있다. 고속도로에서 이 차는 기대 이상의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힘 좋은 디젤엔진 덕분인지 미세한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속도가 오를수록 독일 디젤 차량처럼 가속감이 부드러웠다. 오로지 연비만을 위해 탄생한 차는 아닌 셈이다. SM5 D에는 르노의 1.5 dCi 엔진이 르노삼성차 기술진의 튜닝을 거쳐 장착됐다. 연비와 주행성능을 모두 잡았으니 꽤 성공적인 튜닝으로 볼 수 있다. 변속기는 독일 게트락의 듀얼클러치를 썼다.
최대출력이 110마력으로 중형차 치고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승에서 이런 점을 느끼기 힘들었다. 적지 않은 토크(24.5㎏.m) 덕분에 언덕길도 무리 없이 올라갔다. 연비를 중시하면서 3∼4인 가족이 넉넉히 탈 차를 원하는 운전자에게 실속 있는 선택이 될 것 같다. 다만 조금 더 작았다면 훨씬 다부진 차가 됐겠다. 저속에서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밋밋한 인테리어는 감수해야 한다. 두 가지 세부모델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각각 2580만원과 2695만원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빼어난 연비, 인테리어는 밋밋… 르노삼성 SM5 D 시승기
입력 2014-08-27 0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