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식의 친환경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대가 다가온다. 가솔린·디젤 엔진에 전기모터를 보조 동력장치로 쓰는 하이브리드보다 한 단계 진보한 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와 달리 외부 충전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전기차로 쓸 수 있고,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작동시킬 수도 있다. 순수 전기차처럼 전기가 바닥나 차가 멈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출시된다. BMW의 야심작인 ‘i8’로 3기통 가솔린 엔진과 리튬이온 배터리가 결합됐다. 연비가 47.6㎞/ℓ(EU 기준)나 된다. 100㎞를 가는데 휘발유는 2.1ℓ만 있으면 된다.
다만 BMW코리아가 올해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은 10대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출시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셈이다. i8은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디자인과 성능을 지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영국에서는 계약 후 10개월을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다.
BMW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업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유럽에서 ‘S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이 차 역시 100㎞를 주행하는데 연료 2.8ℓ만 있으면 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이 5.2초일 정도로 가속성능도 우수하다. 포르쉐는 지난달 출시한 신형 카이엔 5개 모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시켰다. 아우디는 한 차례 주유로 940㎞ 운행이 가능한 ‘A3 스포트백 e-트론’을 지난 4월부터 유럽에서 팔고 있다.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도 관련 시장을 넓히고 있다. 도요타는 2012년 1월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대중화를 시도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무려 61.0㎞/ℓ(일본 공인) 연비를 갖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치른 테스트에서는 247㎞/ℓ의 실제 연비가 기록됐다.
폭스바겐도 다음 달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골프 GTE’를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연비가 미국 기준으로 66.0㎞/ℓ, 유럽 기준으로 79.0㎞/ℓ에 이른다. 이 차의 출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대중화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앞서 경유 1ℓ로 111.1㎞ 주행이 가능한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L1을 선보여 시선을 모았다. XL1은 한정판 250대가 유럽에서 모두 팔렸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현대자동차가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중에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장점만 갖춘 것은 아니다. 비싼 가격은 장애물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라는 두 동력기관을 차체 하나에 다 넣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i8은 미국에서 13만5700달러(약 1억3800만원)에 기본가격이 책정됐다.
i8을 제외하고 국내에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 잡힌 차가 없는 이유는 차 값은 비싼데 충전 인프라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는 어떻게 적용될지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이 분야 개발을 미룰 수 없는 형편이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여러 친환경차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대수가 4만7000여대로 지난해 상반기 3만여대에 비해 57%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차의 성장률은 40%, 하이브리드의 성장률은 17%였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가을바람 타고… 친환경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온다
입력 2014-08-27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