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육박했다. 국민 4000만명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1인 미디어 시대도 활짝 열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관심 있는 분야를 동영상으로 찍은 뒤 유튜브나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면 된다. 일부 동영상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취미를 넘어 1인 미디어 전문 제작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광고 수익까지 발생하면서 최근엔 그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까지 생겨났다.
◇1인 미디어-MCN사업자의 달콤한 동거=유튜브는 2012년 10월 동영상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해주는 ‘파트너 프로그램’의 대상을 개인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개인도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1인 미디어 제작자들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1인 미디어란 개인이 스스로 방송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1인 미디어의 경우 반응은 폭발적이다. 게임방송 ‘대도서관’ 채널 구독자는 70만명을 넘었다. 기업도 1인 미디어를 홍보의 창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방송 채널인 ‘씬님’의 제작자 박수혜(24)씨는 26일 “화장품 업체들의 광고를 받는 것뿐 아니라 일부 인터넷 업체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인 미디어가 인기를 끌면서 CJ E&M, 아프리카 TV 등 기업들은 제작자 육성을 위한 MCN사업에 나섰다. 판도라TV도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MCN이란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활동 중인 영상 제작자들을 파트너로 선정해 이들의 유통과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대신 수익을 배분하거나 자신의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는 일종의 온라인 콘텐츠 유통사업이다. 북미나 유럽에선 다수의 MCN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CJ E&M은 지난해 6월 ‘크리에이터 그룹’이란 이름으로 MCN 사업에 나섰다. 현재 144팀의 파트너 채널이 있으며 이들의 유튜브 구독자를 합산하면 1172만명이 넘는다. CJ E&M은 스튜디오 등 촬영 인프라 제공과 마케팅 및 홍보 지원, 저작권 관리 등을 지원하는 대신 수익금을 배분한다.
지난 6월 시장에 진출한 아프리카TV는 수수료 ‘제로(0)’ 정책을 내세웠다.
1인 미디어 제작자와 MCN 사업자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CJ E&M의 크리에이터 그룹에 들어간 코미디 채널 ‘쿠쿠크루’의 경우 파트너십 체결 덕분에 매출이 20배 증가했다. 1인 게임방송 ‘대도서관’은 월 3000만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체 파트너 채널의 평균 조회수는 파트너 사업 직전보다 평균 4.1% 증가했다. 아프리카 TV는 자사 채널에서 실시간 방송을 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광고 수익을 내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J E&M, 아프리카 TV 등 MCN 사업자와 1인 미디어가 윈윈하는 전략”이라며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1인 미디어의 인기는 스타 제작자를 낳고 있다. 국내 유튜브 최다 구독자를 자랑하는 게임방송 ‘대도서관’의 나동현씨, 초·중학생 사이에 모르면 간첩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게임방송 ‘양띵’의 양지영씨, 엽기적인 멘트로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하는 채널명 ‘씬님’의 박씨 등은 성공한 1인 미디어 제작자다.
나씨의 경우 대도서관 채널의 전체 동영상 조회 수 1억9000만건을 웃돌면서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전업으로 삼았다. 대학 4학년생인 박씨는 올 초 1인 미디어 제작자로 나선 뒤 과감히 휴학을 결정했다.
메이크업 관련 블로거였던 씬님은 올 초 주변 사람들의 제안을 받아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화장의 경우 글보다 직접 보여줄 수 있는 동영상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지만 초반 3, 4개월간은 반응이 적었다. 그러나 CJ E&M의 파트너가 된 뒤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특정 사이트에 자신의 영상을 제공하면서 비용을 받았고 광고도 들어왔다. 구독자는 16만명을 넘었다.
박씨는 “콘텐츠 제작자들은 당장의 수익만 생각하고 사업자들에게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줘서는 안 된다”면서 “광고주들은 1인 미디어가 과거 매스미디어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콘텐츠 제작자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생태계 업그레이드 ‘1인 방송’… “내가 제일 잘 나가”
입력 2014-08-27 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