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이 25일 국회에서 만났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여당 측 책임자가 유가족들을 공식적으로 면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협상 전권을 쥔 자신이 유가족을 만날 경우 괜한 기대감만 심어줄 수 있다며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려왔다.
면담 초반 분위기는 험악했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이 배석했던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을 지목하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와 유가족을 이간질하는 분이나,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분은 보고 싶지 않으니 나가달라"고 요구하면서 가벼운 말다툼이 벌어졌다. 면담 장소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가족들은 원내대표실이 아닌 원내수석부대표실에 모여 있던 새누리당 지도부를 향해 "왜 구석진 방에서 이야기하려고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가 "서로 예의를 지키고 시작하자"고 달래면서 대화 물꼬가 트였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비공개 자리에선 비교적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특별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27일 다시 만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계속 논의키로 합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호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그간 있던 오해를 씻고 소통을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 유족들과 진정성을 갖고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서로 불신이 큰 상황에서 합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간 것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만남이 자주 이어지면 오해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를 갖게 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대책위는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부여 요구의 이유를 설명하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3자 협의체 구성 문제 역시 양측 주장이 맞섰지만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 유 대변인은 특별검사 추천권에 대해선 "요구한 적도 없고 앞으로 요구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여야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 사실 개입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면서 "우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분들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이 3자 협의체에 대해선 수용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가족과 '핫라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책위 대표단들과 연락처를 교환하며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가족들의 만남이 기대 이상으로 화기애애하게 끝나면서 미로에 빠진 세월호 정국을 풀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유가족 요구에 두 번이나 여야 합의안을 번복해야 했던 야당의 부담을 일정부분 여당이 덜어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여야 세월호법 대치] 유가족 만난 與 “오해 풀어…대화 물꼬 텄다”
입력 2014-08-26 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