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48)씨는 2008년부터 4년 넘게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낼 돈이 없었다. 3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혼자 살며 막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왔다. 그에게도 월 2만5730원의 건보료 고지서가 날아온다. 변변한 소득도 재산도 없는데 부모가 물려준 10평짜리 땅 때문에 건보료가 부과되고 있다. 팔리지도 않는 자투리땅이어서 복권이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계속 건보료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밀린 건보료는 어느덧 155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현재 지역가입자 중 152만 세대가 6개월 이상 건보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중 장씨처럼 월 5만원이 안 되는데 못 내는 생계형 체납세대는 104만 세대(56%)나 된다. 특히 1년 이상 체납자 중에는 생계형 체납률이 70%에 육박한다.
지역가입자의 총 체납액은 2008년 1조4959억원에서 올해 2조1063억원까지 불어났다. 생계형 체납자가 밀린 건보료는 1조1822억원으로 전체 체납액의 절반을 웃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 장씨처럼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이에게도 전월세, 가족, 자동차 등을 따져 건보료를 물리기 때문이다.
갈수록 불어나는 건보료 체납은 온 국민이 가입된 건강보험의 ‘건강’을 위협한다. 건보료를 안 냈다고 당장 병에 걸린 사람을 외면할 순 없는 노릇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보료를 체납하면 급여 제한이 이뤄지지만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는 있다. 의료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때 체납자의 진료비 일부를 건보공단이 부담한다. 다른 가입자들의 건보료가 투입되는 것이다.
공단은 이런 체납자 진료비를 ‘부당이득금’으로 간주해 독촉장을 발송하며 징수를 시도한다. 하지만 201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체납자들에게 고지한 부당이득금 6500억원 중 고작 63억원만 징수됐다. 대부분 생계형 체납자여서다. 오히려 납부를 독촉하는 행정비용만 62억원이 들었다.
2006∼2012년 체납자를 대신해 공단이 부담한 누적 진료비는 3조1432억원에 달했다. 애초에 잘못된 부과체계 탓에 장기 체납자가 양산돼 수조원대의 ‘체납액+부당이득금+독촉비용’이 온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건강보험료 대수술 (중)] 2조1063억 못거둬… 절반이 생계형 체납자
입력 2014-08-26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