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엔 선생님, 주말엔 록 밴드 멤버.’
한 편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이 그럴싸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지난 4일 첫 정규앨범 ‘어택 오브 블리츠(Attack of Blitz)’를 낸 밴드 블리츠(Blitz)다. 6명의 밴드 멤버가 모두 현직 교사다. 대중성보다는 음악성을 내세운 ‘헤비메탈’ 장르를 표방한 점도 이색적이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한 카페에서 보컬 썬더(본명 권순도·30)를 만났다. 다른 멤버들은 사정상 나오지 못했다.
현재 썬더와 베이스 장준영(31), 드럼 정영석(29), 건반 유예지(26)는 모두 대전과 충남 청양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기타를 연주하는 송영찬(32)과 강현석(29)은 고등학교에서 각각 역사와 수학을 가르친다.
이들은 2011년 직장인 밴드로 시작해 2012년 2월과 9월 디지털 음원을 발표했다. 홍대 클럽 공연도 두어 차례 했다. 만족할 법 하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정규앨범 발표와 록페스티벌 참가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두 가지 꿈은 올해 모두 이뤄졌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본인들의 노래를 알리겠다는 포부다.
“정규앨범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녹음을 하는데 1곡 당 한 달씩 걸렸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죠. 완성된 앨범을 손에 쥐었을 땐 출산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곡을 들려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아직은 ‘선생님 따라 가수가 되겠다’는 말보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선생님처럼 되겠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고 했다.
단정한 모습으로 교단에 서는 이들은 학교 밖을 나서면 ‘일탈’을 감행한다. 공연 중에 빼놓지 않고 착용하는 피어싱(귀걸이의 일종)도 교문에 들어설 땐 빼놓는다. 가방엔 무대에서 사용하는 반다나(스카프)나 체인 등이 들어있다.
수록된 13곡은 모두 강현석이 작곡했고, 강현석과 썬더가 함께 작사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리셋’은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를 듣고 리듬을 만들었다. 앨범 곳곳에 사회 비판적 가사가 수록돼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른 타이틀 곡 ‘우아(Whoa)’는 안정적인 삶에 안주하는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말을 거는 자전적 곡이다. 수록곡 ‘그랩’은 지난해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보고 가사를 썼다.
“교단에서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음악에 담아 표현하고 있어요. 교사로서도 이 경험이 교육의 재료가 됩니다. 공연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겠죠.”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교사’ 밴드에서 ‘밴드’ 하는 교사로
입력 2014-08-26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