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정국, 최악의 국론 분열만은 막자

입력 2014-08-26 03:30
세월호 참사 이후 온 국민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었다. 세월호를 칠흑의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만든 모든 적폐를 해소하는 것이 300여명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그 다짐은 전국을 노란 리본으로 뒤덮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적폐 해소에 총력을 모아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참사 4개월이 지나도록 그 방법을 둘러싸고 백가쟁명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다. 달라지기는커녕 참사 이전으로 후퇴한 느낌이다.

나라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남의 얘기엔 귀 막으면서 내 얘기 들어주지 않는다고 떼쓰는 소통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민들 사이에 세월호 피로감이 증폭되면서 진상 규명, 적폐 해소라는 대원칙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언제부턴가 보수 대 진보의 진영논리로 세월호 사건이 변질되어 버렸다. 나라는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안을 거부한 유가족을 옹호하는 측과 비판하는 측, 둘로 갈라졌다. 여기에 중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치권은 이미 능력의 밑천이 드러났고, 정치권을 대체할 사회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은 결코 이념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민 아빠’ 김영오씨 단식을 지지하는 동조단식 행렬이 이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단식을 ‘정치쇼’로 폄하하는 극단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40여일째 단식 중인 김씨를 향해 “단식하다 죽어라” “영양제 맞으며 황제단식 하니 40일이 지나도 살 수 있지…”라는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섬뜩한 저주들이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김씨의 전력도 낱낱이 까발려졌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인격을 모독하거나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반인륜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국론 분열이 너무 심각하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다르지 않을 텐데 유족 단체들의 주장마저 다르다. 유족들은 통합된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단원고 학생 희생자를 중심으로 한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둘로 나뉘어 있다.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는 참사 가족대책위와 달리 여야의 재합의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참사 가족대책위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현행 법 체계 틀 내에서 얼마든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다. 참사 대책위의 주장은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단식과 농성으로 주장을 관철시킬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무리한 주장은 유족들에 동조하는 다수의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뿐이다. 세월호 유족들만 국민이 아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이 처리돼야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무한정 끌고 갈 수는 없다. 유족들이 물꼬를 터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