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恨 디지털 북 프로젝트에 담다… 강애란 작가 8월 28일부터 개인전

입력 2014-08-26 03:47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이 당시의 악몽 같은 기억에 대해 증언한다. “열일곱에 위안소로 끌려갔다” “하루도 사람 사는 것처럼 살지 못했다” 등의 증언을 텍스트를 통해 들려준다.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갤러리 시몬에서 ‘책의 근심, 빛의 위안’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여는 강애란(54·사진) 작가의 작품 중 일부 내용이다.

다양한 색의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선시대와 근현대 여성의 이야기와 정서를 다뤘다. 전시장 2층 ‘여전사의 방’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의 인터뷰 영상을 선보인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 할머니가 생전 ‘소녀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과 영결식 장면을 담은 영상도 보여준다.

1층에는 대표작인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2층에는 국가주의의 탐욕과 민족주의의 무기력 사이에서 어두운 그늘을 감당해야 했던 삶들에 대한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 3층의 ‘신사임당의 사친(思親)’과 ‘허난설헌의 유선사(遊仙詞)’에서는 진보적인 삶을 살았던 역사적인 여성상을 디지털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역사 속 인물(과거)과 디지털화된 텍스트를 읽는 관람객(현재)을 시공간을 초월해 이어준다.

작가는 25일 “올해 초부터 나눔의 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곁에서 지켜보니 정말 답답하더라. 우리가 한목소리를 내면 좋은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안부 문제든 세월호 문제든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작가로 발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별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요즘 여성의 힘이 강해졌다고 해도 아직은 미흡해 이런 부분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일본 다마미술대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스페인 세비야비엔날레와 독일 미디어 전문 미술관인 ZKM 등 유수의 미술관에 초청돼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도 왕성한 작업으로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