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준비했는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KT와 SK브로드밴드가 25일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세계 최초 초고화질(UHD) 셋톱박스 상용화를 두고 서로 자기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SK브로드밴드가 이날 보도자료를 먼저 보내면서 시작됐다. SK브로드밴드는 UHD 화질을 셋톱박스를 통해 구현한 ‘Btv UHD’ 상용화 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혔다. 2006년 IPTV 국내 최초 상용화를 비롯해 올해 4월 말 UHD 셋톱프리 서비스, 5월 모바일 IPTV(Btv mobile) UHD 전송 서비스 등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또 하나의 ‘세계 최초’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얼마 후 KT가 올레tv를 통해 9월 1일부터 세계 최초로 셋톱박스형 UHD 방송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한다고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KT는 “9월 1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약관도 준비하고 채널·콘텐츠 수급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했다”면서 “경쟁사가 서비스 일정도 없이 ‘최초 서비스’라고 하니 준비를 잘해 오던 입장에선 황당할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우리도 이미 9월 1일 서비스 시작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오히려 KT가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움직임에 따라 ‘물타기’를 위해 대응하는 행사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업계 관행처럼 굳어져 서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양사 모두 ‘최초’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T기업에 ‘최초’는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고, 실제 마케팅에서도 톡톡히 효과를 낼 수 있는 요긴한 단어다.
아직 제대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UHD TV 콘텐츠 시장을 두고 이례적으로 날카롭게 반응한 것도 최초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빼앗기기 싫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비즈카페] KT·SK브로드밴드 ‘세계 최초’ 신경전
입력 2014-08-26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