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피아’가 친환경 농산물 불신의 주범

입력 2014-08-26 03:16
친환경 농산물이 소비자들로부터 왜 그토록 외면당하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경대수 의원에 따르면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을 지정하고 관리·감독해야 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농(農)피아’들이 인증기관 2곳 중 1곳꼴로 포진해 부실 인증을 일삼아 왔다. 경 의원이 인용한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친환경 인증기관 73곳 중 35곳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85명이 근무하고 있다. 농피아들이 포진한 인증기관은 해당 지역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싹쓸이하고 있다니 공정한 인증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차라리 당연하다고 하겠다.

친환경 인증은 농업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각 농가는 자신들의 재배환경에 대한 서면 및 현장 심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늘어난 민간 인증기관들이 수수료 수입에 급급해 부실 심사를 일삼는 바람에 친환경 인증이 남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관련 감사에서 2002년 4개 인증기관이 지난해 78개로 급증하면서 인증 비리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도입 당시 4678호에 불과했던 친환경 인증 농가 수가 7년 만에 17만2553호로 폭증했다. 인증 농가 수는 지난해 12만7000호, 올해 6월 기준으로는 10만5680호로 점차 줄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런 감소 추세를 ‘내실화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그 자체가 광범위한 인증 비리의 방증이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는 인증기관 지정 요건이 허술하고, 부실 인증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라는 문제점을 이미 노출했다. 공무원이 퇴직 후 인증 업체에 취업하면 관리·감독 기관과의 유착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퇴직공무원이 민간 인증 업체에 취업하는 것만큼은 금지해야 한다. 또한 탈법에 따른 위험이 기대이익보다 훨씬 더 커야 범죄가 줄어든다. 친환경 농산물 사기 인증을 막으려면 부정 인증기관 지정 취소 같은 행정처분만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에 대한 무거운 배상 책임까지 지울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