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사자 추정 금강변 유해 발굴 현장 “마지막 한 구까지 발굴, 가족 품으로 보낼 것”

입력 2014-08-26 03:58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직원이 전북 망성면 화산리 황산대교 아래 금강변에서 한국전쟁 당시 숨진 선배 경찰관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한 분까지 잘 찾아내 가족의 품으로 꼭 돌려보내겠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던 비가 잠시 줄어든 25일 오후 전북 익산시 망성면 금강 황산대교 인근. 하얀색 감식복을 입은 사람들이 갯벌을 바삐 오가며 물길을 잡고 유실 방지 펜스를 고쳐주고 있었다.

이 일대는 지난 18∼19일 한국전쟁 전사자로 추정되는 유해 20여구가 발견된 현장.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CSI), 박대균 순천향대 해부학교실 교수로 구성된 발굴팀이 발굴 작업을 한창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이날 3차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많은 비가 내려 불어난 물로 인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유해는 낚시를 하던 초등학생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익산경찰서는 유해를 발견해 신고한 김영찬(황산초 5학년)군과 심현경(황산초 5학년)군에게 25일 상장과 부상을 수여했다.

경찰과 국방부가 구성한 발굴팀은 18일과 22일 두 차례 작업을 벌여 각각 6구, 7구 등 모두 13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발굴팀은 장화를 신고 장갑을 낀 채 조심스럽게 펄과 물을 걷어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총에 맞은 뼛조각과 경찰 허리띠 버클 등도 발견됐다. AK 소총의 탄두와 탄피, 검정 고무신 4켤레 등 수십 년 된 물품도 나왔다.

발굴팀은 이들 유해가 1950년 7월 17∼18일 북한군에 대항하다 숨진 강경지역 경찰과 민간인으로 보고 있다. 이 일대는 당시 강경경찰서 장성봉 서장을 비롯한 경찰관 170여명이 북한 제6사단 1연대 병력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곳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전투에서 경찰관 60∼80명이 전사했다.

이곳에서 묻혀 있는 유해는 29구로 잠정 추정된다. 나머지 유해를 모두 찾기까지는 10여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굴팀은 유해를 익산시내 장례식장에 안치한 뒤, 뼈에 묻어 있는 흙과 이물질을 털어내고 물기를 말리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유해 조각들을 맞추고 유전자(DNA) 정보를 분석할 예정이다. 이어 전사자 가족 DNA와 대조작업을 벌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문대봉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이름 없이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드리는 일은 우리의 임무라고 본다”며 “60여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선열들의 넋을 달래주고자 모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