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靑은 국정 마비사태 두고만 볼 텐가

입력 2014-08-26 03:20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강경 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여·야·유족 3자 협의체 구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고강도 대여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유족들을 면담했으나 묘책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는 야당과 유족들의 요구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야·청 모두 실망스럽다. 여권 입장에서 보면 세월호 정국을 조기에 돌파하지 못할 경우 국정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의 지난 19일 재협상 합의안이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 원내대표에게 모든 걸 맡겨놓고 세월 가기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전당대회 때 그렇게도 강조했던 ‘정치력 발휘’ 약속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이 모처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침묵을 지킨 것은 잘못이다. 여야가 잘 협력해서 하루빨리 해결해 달라는 원론적인 발언이라도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닌가.

야당 의총에서 국회 보이콧 및 장외투쟁, 의원직 총사퇴 등 초강경 발언이 쏟아진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번 대치 정국의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새정치연합에 있다. 두 차례의 세월호법 협상 합의안을 뒤집어놓고 대통령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무책임하고도 뻔뻔스러운 요구다. 당내 분란과 유족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구태 정치의 전형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장외투쟁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이 세월호법을 핑계로 국회에서 뛰쳐나갈 경우 국정은 사실상 마비된다. 박 대통령이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19개 경제 살리기 법안과 각종 민생법안, 세월호 사고 이후 마련된 안전 및 국가 혁신 법안이 발목 잡힐 경우 정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야당이 국리민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법안들은 당연히 세월호법과 분리 처리해줘야 할 텐데도 오불관언이다.

세월호법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8월 임시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마저 개점휴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은 중요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도 없다. 부실 국정감사에다 내년도 예산안 졸속 심사도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청 모두 정국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여야 지도부는 지금이 난국임을 인식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 바란다. 청와대도 예외일 수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대신해 여야를 상대로 분위기 조성을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