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틀야구가 29년 만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의 시카고 대표팀을 8대 4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4∼85년 연속 우승 이후 무려 29년 만에 세계 리틀야구 정상에 등극했다. 이번 우승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열악한 인프라 상황에서 거둔 결실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
◇5전 전승 우승…“대통령을 만나고 싶다”=12세 이하 서울시 대표로 꾸려진 이번 대표팀은 체코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2년과 2013년 우승팀인 일본을 2차례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야구 종주국인 미국마저 누르는 등 5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결승에서 황재영과 최해찬이 이어던진 한국은 두 선수가 공격에서도 각각 2타점, 1타점을 올리며 승리를 쌍끌이했다.
1회초 선취 득점의 발판과 5회초 중월 솔로포를 터트린 외야수 신동완은 폭스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말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는 국제그룹(아시아태평양·캐나다·멕시코·호주·카리브해·라틴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일본) 8개 팀 중 1위와 미국 지역 8개 팀 중 1위가 맞붙어 정상을 가린다. 1947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팀이 출전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대만과 일본이 각각 17번과 9번 우승을 차지했다.
◇리틀야구 전용구장 7곳뿐=한국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빠르게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005년까지 리틀야구 클럽팀은 20여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 현재 158개로 늘어났다.
엘리트 스포츠가 중심인 한국은 클럽식 리틀야구가 아닌 초등학교 야구부 중심의 지원정책을 펴왔다. 81년 처음으로 리틀야구팀이 등장한 이후에도 눈에 띄는 발전을 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한영관(65)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취임 이후 시·군·구에서 팀을 창단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팀을 늘려 나갔다. 서울의 경우 25개 구청이 리틀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때마침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맹활약하면서 야구 붐이 조성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 리틀야구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일본의 경우 공식 등록된 팀이 745개에 달하며 비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팀까지 더하면 2000개가 넘는다. 미국은 2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틀야구팀이 700개 이상인 국가의 경우 월드시리즈 자동 진출권이 부여되는데, 일본과 호주가 그 대상이다.
특히 대회를 치를 수 있는 리틀야구 전용구장의 절대적인 부족은 심각하다. 리틀야구는 아직 유소년인 선수들을 고려해 성인 야구와 다른 야구장 규격과 규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리틀야구 전용구장은 서울 장충리틀야구장을 포함해 남양주·구리·청주·계룡·안동·서귀포 등 7곳이 전부다. 이마저도 야간조명이 갖춰진 곳은 4개이며, 샤워 시설은 전혀 없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158팀뿐인 한국, 20000팀의 美 깼다
입력 2014-08-26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