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2년만에 우승 퍼팅 “조바심 버리고 인내로 이겨냈어요”

입력 2014-08-26 03:09

유소연(24)은 행운아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던 2011년 초청 선수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 출전, 덜컥 우승컵을 안았다. 그것도 서희경(28)과 한국선수끼리 3홀 연장전 끝에 얻은 기대하지 않은 LPGA 첫 승이었다. 이듬해 LPGA 무대로 옮긴 유소연은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2008년 KLPGA 신인왕에 이은 두 번째 영광이었다. 그렇게 그의 골프 인생은 쉽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무대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꾸준한 성적으로 박인비(26), 최나연(27)과 LPGA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지만 우승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올해 마라톤클래식에서도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고 상금이 걸린 한화금융클래식에서 마지막 날 홀인원과 이글을 기록한 김세영(22)에 대역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지난 2년 새 LPGA 투어에서만 톱10에 27차례나 든 실력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달 LPGA 사무국이 주최한 8개국 국가대항전(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마침내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런던 헌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2·6656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나흘 내내 단독 선두를 질주한 끝에 23언더파 265타를 쳐 2년만에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세계랭킹도 9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유소연에 이어 최나연이 2타 뒤진 2위, 박인비가 5타 뒤진 3위를 차지해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대표로 출전했던 세 선수가 모두 1∼3위를 휩쓸었다. 최근 이미림(24)과 박인비에 이은 3주 연속 한국선수 우승기록도 이어갔다.

유소연은 조바심을 버리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데다 최근 바꾼 퍼터 덕을 많이 봤다. 유소연은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2년 이후 경기력은 좋아졌는데 우승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 못하면 영원히 못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골프에 자신이 있으니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 믿었다”며 “오랜 기다린 끝에 큰 벽을 하나 넘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소연은 또 “퍼트가 잘 안돼 지난달 마라톤클래식 대회 전날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퍼터를 바꿨는데 그때 감각이 좋아 준우승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스폰서사가 한국에서 주최하는 LPGA 대회인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우승을 향한 갈증을 드러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