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는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기존 시설과 지형을 그대로 살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2016년 문을 연다.
서울시는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1970년대 산업유산인 마포 석유비축기지 국제현상설계 공모전 당선작으로 백정열(알오에이 건축사사무소)씨 외 2명이 출품한 ‘땅(石)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을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0년대 두 차례의 국제오일쇼크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 석유비축 시설이다. 매봉산 자락에 지름 15∼38m, 높이 15m의 탱크 5개를 매설해 1979년부터 석유를 저장해 왔으나 2000년 용도가 폐기된 후 방치돼 왔었다. 시는 시민토론회와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지난 1월 이곳을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구상을 발표하고 부지 10만1510㎡에 대한 설계 공모를 실시했다.
당선작은 5개의 탱크를 200석 규모의 공연장, 옥외공연장, 기획·상설 전시장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설계안에 따르면 첫 번째 탱크와 세 번째 탱크는 해체·이전해 안내센터와 지원시설로 활용되며 탱크가 있던 자리는 공연장으로 조성된다. 두 번째 탱크는 장래 계획을 위해 그대로 보존하고 네 번째 탱크와 다섯 번째 탱크는 유리벽과 유리지붕 등을 설치해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시는 이 작품은 심사에서 과도한 설계를 자제하면서 이 땅이 지닌 지형의 고유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냄으로써 탱크와 풍경이 하나가 된 유일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당선작과 오는 10월 계약하고 내년에 설계를 완료한 후 내년 말 착공,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기존 산업유산을 무조건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적 특성을 살리면서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며 “공공개발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한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서울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16개국 53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227명의 건축사가 참여해 총 95개 작품을 출품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상암 매봉산 ‘복합문화공간’ 2016년 문 연다
입력 2014-08-26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