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100주년기념교회(이재철 목사)에서는 지난 5월 7일 이색적인 찬양집회가 열렸다. 찬양사역자 송정미(47·여)씨가 인도했는데 여타 찬양집회처럼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인도자는 청중의 흥을 돋우거나 한 박자 앞서 노랫말을 미리 불러주는 ‘멘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송씨는 성도들과 함께 노래만 불렀고 밴드의 사운드도 크지 않았다. 성도들이 오로지 찬양에만 집중한 집회였다.
당시 집회의 연출자는 황병준(47) 집사였다. 그는 2012년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미국 그래미상의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을 수상한 음향 엔지니어다. 한국인이 이 부문 수상자가 된 건 그가 최초였다. 그런데 황 집사는 무슨 이유에서 찬양 인도자의 ‘멘트’도 없고 온전히 찬양만 계속하는 찬양집회를 열었던 걸까.
최근 서울 서초구 마방로길에 위치한 사운드미러코리아에서 황 집사를 만났다. 사운드미러코리아는 1972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세계적 음반 녹음 회사 사운드미러의 한국 지사다. 황 집사는 2000년부터 한국 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 우선 그는 이색 찬양집회를 치르고 난 소감부터 밝혔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죠. 기존 집회와 다르게 인도자의 멘트가 없으니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막상 집회가 시작되니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찬양의 힘을 경험한 시간이었죠.”
황 집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97년 미국 버클리음대에 진학했다. 그는 이 학교에서 음반 녹음 기술 등을 배웠고 99년 한국에 돌아왔다.
황 집사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찬양집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찬양의 본질이 무엇인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재의 찬양집회는 하나님을 받드는 찬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찬양 인도자가 성도들을 상대로 박수를 유도하고 동작을 강요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인도자가 자기 기분에 취해 후렴구를 수차례 반복하는 일도 잦고요. 성도들의 흥분을 억지로 유도해내기 위한 장치로만 보입니다. 이러한 찬양은 하나님을 받드는 찬양이 아닙니다. 찬양 인도자만 드러내는 찬양입니다.”
황 집사는 한국교회의 찬양집회가 성도간 세대 단절 현상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렬하고 빠른 사운드를 가진 복음성가 중심의 집회가 대표적이다. 젊은 성도들은 이런 찬양에 익숙해져 있지만 중장년층은 그렇지 않다. 반면 젊은층은 ‘어른들’이 부르는 찬송가를 잘 모른다.
“찬양을 무조건 거룩한 분위기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찬양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젊은 세대가 중장년이 됐을 때 기존 찬송가는 대부분 교회에서 안 불려지게 될 것입니다. 교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황 집사는 이색 찬양집회를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매월 한 차례씩 더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믿음을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표현하는 행위가 찬양”이라며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찬양집회를 계속해서 열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하나님 아닌 인도자가 드러나는 찬양 안돼”
입력 2014-08-26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