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단식

입력 2014-08-26 03:18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집트 사람들이 전 인류 중 가장 건강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그는 단식(斷食)에서 찾았다. 기원전 15세기 이집트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한 달에 3일 주기적으로 단식을 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리스의 명사들은 단식을 즐겨했다. 피타고라스는 매년 꾸준히 40일간 단식을 했고 소크라테스, 플라톤도 10일간의 단식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단식을 하면 지적 번뜩임이 전보다 더 우뚝 솟아오른다는 표현까지 썼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완전공복 상태로 있는 편이 좋을 때가 많다”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단식을 ‘곡식을 끊는다’고 해서 절곡(絶穀)이라고 했다. 효자가 병환 중인 부모의 고통을 함께한다며, 열녀가 죽은 남편을 따라가겠다며 절곡을 하기도 했지만 주로 선비들이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절곡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쟁 수단이 바로 단식이었다.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 단식은 목숨을 내건 최후의 저항 수단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1983년 5·18 3주년을 맞아 그는 민주화를 위한 전제조건 5개항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1주일째가 되자 파장을 우려한 전두환정권은 김 전 대통령을 강제로 입원시켰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단식이 이어져 23일간이나 지속됐다. YS의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민당 총재 시절인 90년 지방자치제 실시와 여권의 내각제 시도 포기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을 벌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기저기서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40일간 단식 끝에 병원에 입원했지만 아직도 미음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만이 유민 아빠를 살릴 수 있다”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가수 김장훈 등 각계각층의 동조 단식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과 SNS에서는 김영오씨의 단식을 놓고 각종 루머와 댓글 등 악의적 인신공격이 판을 치고 있다. 사실관계를 떠나 끼니를 끊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아무리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개인사를 들춰내서 폄훼하는 것은 정도를 벗어난 행동이다. 자녀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경박한 행동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