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용어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내부용으로 만든 혁신보고서가 얼마 전 유출되면서 국내 신문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혁신보고서는 신문사의 조직과 인력과 자산을 종이신문에 집중하던 페이퍼 퍼스트(Paper first)에서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퍼스트 마인드로 무장하고 확 바꾸라고 주문한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리더 신문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전략의 실패를 자인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욕타임스가 안고 있는 고민과 위기감은 한국 언론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아니, 한국의 신문들은 온라인 뉴스 소비와 광고 시장 규모가 작고, 유통구조가 크게 왜곡된 환경에 처해 있다. 이처럼 굴절된 디지털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의 신문들은 호주 출신 미래학자 로스 도슨의 예측처럼 2026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기사 저작권마저 실종 위기
신문사는 전통적으로 민주적 여론을 형성하는 기사 생산을 고유 기능으로 하고 이에 기반한 배달(유통)과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언론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 등장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유통은 플랫폼을 장악한 포털에 종속됐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신문사 매출의 한 축을 이루는 구독료 개념은 디지털 세상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반면 포털은 지난 10년간 갑(甲)의 위치에서 헐값에 사들인 기사로 막대한 수입을 챙겼고 뉴스도매상인 연합뉴스는 포털의 플랫폼에 편승하면서 새로운 유통 수익원을 창출해냈다.
메이저 신문들이 지난해 4월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도입을 계기로 트래픽이 급감하자 포털의 독과점을 문제 삼아 집중 공격했던 것도 사라진 유통 수익과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이 그해 9월 ‘포털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정책간담회까지 개최하면서 동조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끝나고 해가 바뀌면서 포털 개혁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사라진 신문의 구독료 대신 디지털 시대에 그나마 적합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저작권법에 근거한 ‘뉴스저작권’ 사업이다. 80여개 신문사의 ‘뉴스저작권 신탁관리’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현재 1300여개 기관·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뉴스상품을 유통·판매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월정액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내부용과 통합용, 직원 규모에 따라 6등급으로 각각 나눠 뉴스상품을 다양화하고 가격을 대폭 인상, 현실화했다. 2011년 재단 조사 결과 뉴스저작권 침해 규모는 4695억원, 잠재적 유료시장은 1조3756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작권 사업이 정착하면 신문사들은 디지털 퍼스트를 꾀할 꿈을 꿔볼 만도 하고 포털의 불합리한 뉴스 이용료가 시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상습적으로 기사를 무단 게재한 혐의로 고발된 국회의원 270명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려 신문사들에 좌절감을 안겼다. 저작권법상 기사는 ‘공정한 이용’, 즉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장이 앞서 언급한 1년 전 정책간담회에서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언론사와 뉴스저작물 이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생존권 위해 힘 합칠 때
정말로 안타까운 현실은 정치권과 검찰이 찬물을 끼얹고 포털의 불합리한 가격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고도 신문사들이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단체와 언론사, 그리고 언론 종사자들이 생존권을 걸고 봉기해도 부족할 판에.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
[돋을새김-정재호] 날개 잃은 종이신문
입력 2014-08-26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