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3500만건 헐값 사들여 3800만건 ‘문자폭탄’

입력 2014-08-25 03:33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스팸 문자 메시지는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짜증을 유발한다. 특히 대리운전 스팸 문자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송된다.

직장인 A씨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대리운전 스팸 메시지를 받았다. 업체들은 고객이 항의할 경우 교묘하게 발신 번호를 바꿔서 다시 보내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참다못한 A씨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불법스팸대응센터에 신고했다.

A씨와 같은 직장인들의 대리운전 스팸 메시지 신고가 잇따르자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수사에 착수해 불법 유통된 개인정보로 천문학적 건수의 대리운전 광고 스팸 메시지를 보낸 일당을 붙잡았다. 합수단은 수도권에서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35), 이모(42), 홍모(40)씨 3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세 사람이 201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보낸 스팸 메시지만 3851만건에 이른다. 어림잡아도 하루에 6만여건의 스팸을 발송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씨는 2009년부터 2012년 7월까지 개인정보 판매상, 대리운전 관리프로그램 운영사 등으로부터 대리운전 고객들의 휴대전화번호·출발지·도착지·요금 등으로 이뤄진 3540만건의 개인정보를 1000만건당 100만원꼴로 헐값에 사들였다. 중복 건수를 제외하고 사람 수로만 따지면 600만명이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가 됐다. 박씨는 불법으로 모은 고객들의 정보를 이씨·홍씨와 공유했다. 홍씨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개인정보 9만건을 박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문자발송 전문 업체에 의뢰해 메시지를 보내던 이들은 보다 저렴하게 문자를 발송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이른바 ‘망고’라고 부르는 시스템까지 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주도해 개발한 망고 시스템은 사무실에 수백대의 ‘대포폰’과 컴퓨터를 구비한 뒤 서로 연동시켜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업체를 통할 경우 건당 12원의 비용이 드는 문자는 망고 개발 이후 건당 7원으로 낮아졌다.

합수단은 “앞으로 스팸 신고 상위 20위 이내 대리운전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정보 불법 유통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수시로 바뀌는 스팸 발신번호를 일일이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아예 업체 대표번호를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도 검토 중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