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4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 해법으로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미로에 갇힌 정국의 출구전략이자 사실상의 '재재협상' 요구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상임고문은 6일째 광화문 단식농성을 이어갔고, 다른 주요 인사들마저 거듭 유가족 입장을 옹호하는 대열에 가담하는 등 야당 내 강경파 목소리만 커지는 모습이다.
◇'벼랑 끝' 박영선, 여야·유족 '3자 협의' 제안=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시·도지사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젠 유족 대표와 여야가 마주앉는 3자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당이 3자 협의체 구성 방안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3자 협의체가 필요한 이유로 "그간 협상에서 채널의 혼선, 과정의 불신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어제 유연하게 접근하겠다고 했다. 이런 뜻을 하나로 묶어 불신을 넘어 진상규명으로 가는 3자 간 논의를 바로 시작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여당의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분리처리 요구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민생은 세월호 특별법"이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이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에 낀 채 어느 쪽도 설득하지 못하자 협상 주체를 '양자'에서 '3자'로 바꾸려는 일종의 '국면전환 전략'으로 여겨진다. 박 위원장에 대한 당내의 불신과 불만이 커지자 새로운 제안을 징검다리 삼아 상황을 돌파하려는 지도부의 의지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여당의 반발을 우려해 '재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3자 협의체 제안마저 불발되면 박 위원장은 당내애서 구심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의원총회에서는 분리국감 실시와 세월호 특별법 처리, 박 위원장 거취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어서 '세월호 정국'이 다시 한번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점점 강경파로 쏠려가는 야당의 역학구도=새정치연합은 당 전체가 '박영선 지도부'보다 강경파 쪽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6일째 '유민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동조 단식'을 이어간 문재인 상임고문은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한번 유족을 만나 그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어루만져 주시길 바란다"며 "유족이 동의할 수 있는 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해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시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문 상임고문 측은 "(병원에 후송된) 유민 아빠가 복귀할 때까진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이후에 단식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유승희 김현 배재정 은수미 의원도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민 아빠를 살리는 게 정치이고, 죽음의 문턱에 선 국민을 살리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에서 "가족 동의를 받지 못한 2차 협상안은 선명하게 파기 선언을 해야 신뢰 회복이 된다"며 가족을 포함한 3자 협의를 강조했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도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응에 힘을 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영오씨가) 이대로라면 거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며 "모든 걸 열어두고 3자 대면이든 그 무엇이든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박 대통령을 향해 "유가족과 야당, 시민들의 요구를 무조건 받으시라"며 "고통과 희생을 감당하겠다고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보다 강경파가 앞서서 상황을 주도하면서 지난해 NLL 정국과 같은 '이중 지도부'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문 상임고문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며 당 지도부보다 앞서 상황을 주도했었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3자 협의체 ‘새 카드’ 뽑아든 새정치연합 與 “책임 전가하는 얕은 수”
입력 2014-08-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