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밀린 공과금에는 월 5만1000원 건강보험료가 포함돼 있었다. 아무 소득이 없어 월세도 못 내는데 꼬박꼬박 고지서가 날아갔다. 반면 집을 2채 이상 갖고도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는 사람이 120만명이나 된다. 이 중 46만7000명은 종합소득까지 있지만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면제받고 있다.
이런 형평성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전문가들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렸고, 1년간의 연구 끝에 건보료 '대수술'을 위한 밑그림이 나왔다. 기획단 관계자는 24일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 없이 모든 국민에게 모든 과세소득에 따라 건보료를 부과하는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1안(案)'으로 제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부과체계는 가입자를 7개 그룹으로 나눠 소득, 재산, 자동차, 생활수준, 경제활동 등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획단은 5가지 방안을 놓고 시뮬레이션 분석을 진행했고 지난 21일 회의에서 1안이 가장 합리적이란 평가를 내렸다. 건보료 부과체계가 결국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 안대로 개편하려면 여러 법을 바꿔야 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소득파악률 등 현실적 문제도 있다. 복지부도 복수의 안을 요청한 터여서 기획단은 단기적 개선안으로 '2안'과 '3안'을 함께 마련했다. 2·3안은 1안처럼 소득 중심으로 부과하되 직장·지역 구분을 유지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일부 반영한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건보료가 면제되는 피부양자도 소득이 있으면 건보료를 내게 된다는 점이다. 부과 대상 소득의 범위가 달라 차이는 있지만 1·2·3안 모두 기본 방향이 그렇다. 1안의 경우 건보료가 부과될 피부양자는 263만명으로 추산됐다. 송파 세 모녀처럼 소득이 없고 재산도 적은 이들에겐 '최저보험료'를 신설해 월 1만6000원 정도만 부과하거나(1안) 면제해주도록(2안) 했다.
기획단은 다음 달 4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세부 내용을 확정한 뒤 복수의 최종안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추진하게 된다. 건보료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밑그림이 건보료 개편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건보료 부담이 늘어날 이들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현 체계의 최대 문제점은 직장·지역의 부과 기준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건보료는 준조세 성격이 있어 개편에 저항이 크지만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할 중요한 민생 문제"라고 말했다.
문수정 박세환 기자 thursday@kmib.co.kr
[건강보혐료 대수술] “피부양자도 소득 있으면 건보료 내야”
입력 2014-08-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