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종전 후 일본 영토를 정한 대일평화조약(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당시 일본 정부가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가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됐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학술간담회에서 독도연구가 정대만(59)씨가 ‘일본영역참고도’ 스캔본을 공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지도는 일본이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한 달 전인 1951년 8월 일본 해상보안청 수로부가 만들었다. 그해 10월 일본 국회가 조약을 비준할 때 부속지도로 제출됐다.
정씨가 공개한 지도는 독도 주변에 반원을 그려 일본 영토에서 명확히 제외했다. 일본 우익은 이 지도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동안 일본 연구자들은 이 지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씨는 “일본은 ‘대일평화조약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며 영유권을 주장해 왔지만, 이 지도를 보면 당시 일본과 연합국 모두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단국대 사학과 박사학위 논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다 이 지도를 발견했다. 일본의 한 우익 인사가 “일본영역참고도에 따르면 독도는 일본 땅이 분명하다”며 해당 지도 스캔본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인사는 지도를 “다케시마 문제연구회를 통해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논문 지도교수인 문철영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언뜻 일본 영역을 표기한 점선이 독도 위를 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잘못 공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지도를 보면 울릉도와 독도 명칭을 영어와 일본어로 표기해 경계선 상당 부분이 글자에 가려졌지만 독도 주변에 별도의 반원을 그려 영토에서 제외한 부분이 선명히 보인다. 정씨는 일본 국회 회의록과 대조해 대일평화조약 비준 당시 일본영역참고도가 부속지도로 쓰였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일본 국회도서관 헌정자료실에서 지도가 진본과 일치함을 확인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日 지도에 ‘독도는 한국 땅’ 표기해 놓고…
입력 2014-08-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