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민생·경제 현안 쌓였는데… ‘여의도 정치’ 어디갔니!

입력 2014-08-25 05:08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4일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마당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등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김지훈 기자

‘여의도 정치’가 점점 효력을 상실하면서 ‘길거리 정치’에 함몰되고 있다. 여야가 상당 기간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희생자 유가족 등 직접적 이해당사자에게 끌려다니고, 이들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의 중심이 국회와 정당이 있는 여의도에서 희생자들이 단식과 농성을 하는 광화문·효자동으로 옮겨간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온다.

정당이 ‘대화와 타협’이라는 고유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1년6개월을 넘겨가는 박근혜정부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정치실종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들린다.

◇책임 지지 않는 여야…직접 정치에 뛰어든 유족들=사회적 갈등의 최대 현안인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여야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강경파와 여론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기소권 부여라는 유가족 요구가 무리한 주장임을 인정하면서도 야당은 “여당이 직접 나서서 풀라”고, 여당은 “야당이 설득하라”며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특별법 처리는 여야가 합의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우리가 나설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청와대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코앞인 효자동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호소하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물론 유가족을 박근혜 대통령이 무작정 만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정무라인이 나서서라도 그들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법과 원칙’ 테두리에 갇혀 현실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집권여당 내에서조차 “여러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하려면 최고 통치권자인 박 대통령이 민의를 듣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정 혁신 동력은 갈수록 퇴화=25일로 출범 1년6개월을 맞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대적인 국가 혁신, 사회적 적폐 해소,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방안을 발표했다. 뒤이어 정부부처가 잇따라 혁신 방안을 앞 다퉈 내놓았지만 실제로 실천된 사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청와대가 밝힌 5개 분야의 26개 혁신과제는 지금까지 공직 순환보직제 개선, 중앙선발시험위 설치 등 단 3건만 완료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국 교착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박근혜정부의 야심 찬 민생법안들이 국회에서 꼼짝없이 묶여 있어 국정 정상화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셈이다. 7월 임시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 처리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범정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국가안전처 신설 관련 조치들은 아직 정부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경제 활성화, 민생 챙기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법안 처리 등이 제때 뒷받침해야 하지만 좋은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