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키워드는 ‘외국인 남성’이다. 몇 년 전 외국인 토크쇼 KBS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로 외국인 여성 스타들이 떠올랐던 것과 비교해 봐도 이들의 인기는 뒤지지 않는다. 가히 ‘남수다(미남들의 수다)’의 시대다.
시작은 현재 MBC ‘진짜 사나이’와 ‘7인의 식탁’에 출연,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37)이다. 지난해 MBC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며 외국인 남성 예능인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남들보다 한 발짝씩 느린 행동으로 ‘구멍병사’로 불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의 토크쇼 ‘마녀사냥’을 통해 ‘예능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진짜 사나이’에는 홍콩계 캐나다인 헨리(25)도 출연하고 있다. 헨리는 지난 2월 이 프로그램에 합류하자마자 ‘군대무식자’란 별명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입소 당시 여행가방에 선글라스와 요가매트, 깔창을 챙겨왔을 만큼 병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천방지축 군 생활 적응기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프랑스 모델 파비앙(27)은 8년차 한국 생활을 브라운관을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태권도를 배우며 한국에 대한 사랑을 키운 그는 ‘최윤’이라는 한국명을 짓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를 두고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프랑스인”이라고 부른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 ‘국경 없는 청년회-비정상회담’은 아예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가나, 터키, 벨기에, 독일, 캐나다 등 세계 11개국에서 온 외국인이 각국 대표로 나서 결혼,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데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토론 프로그램보다 깊이 있고 시각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예능 스타들은 기존 토크쇼의 손님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KBS ‘해피투게더 시즌 3’에는 샘 오취리(23·가나), 에네스 카야(30·터키), 오타니 료헤이(34·일본)가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오취리의 경우, 그간 KBS ‘안녕하세요’ MBC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SBS ‘런닝맨’등 국내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고 최근에는 CF까지 진출했다.
외국인 예능 스타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시청자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주면서 개성이 뚜렷해 방송가에서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관계자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배경을 지녀 이야기 거리가 많다. 이러한 장점이 프로그램 제작에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웃기는 외국男들, 예능계 들었다∼ 놨다∼
입력 2014-08-25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