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대수술 (상)] 왜 수술대 올랐나

입력 2014-08-25 03:04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1977년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의 직장인부터 시작됐다. 88년과 89년 농어촌 의료보험과 도시지역 의료보험이 출범했고 2000년 이를 모두 통합해 국민건강보험이 됐다. 처음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부과체계가 복잡하지 않았을 텐데 당시 가난했던 정부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형편이 되는 곳부터, 행정력이 닿는 곳부터 도입해 점차 확대해 왔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 부과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달랐고, 직장도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달랐고, 지역도 도시와 농촌이 달랐다. 직장·지역별 수백개 조합의 보험료율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려고 2000년 국민건강보험을 출범시켰는데 온전한 통합이 되지 못했다. ‘소득파악률’이 너무 낮은 게 문제였다.

직장인의 소득은 ‘유리지갑’인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률이 23%(1998년)에 머물렀다. 두 집단을 같은 보험에 가입시키면서 똑같이 소득에 따라 부과할 순 없는 구조였다. 하는 수 없이 ‘같은 보험,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현재 연간 5700만건씩 민원이 제기되는 건보료 형평성 문제가 시작됐다.

직장가입자는 주로 월급, 지역가입자는 ‘평가소득’에 부과된다. 집이 있으면 몇 점, 전세 살면 몇 점, 차가 있으면 꽤 산다는 뜻이니까 몇 점, 가족이 있으면 그만큼 경제활동을 하는 걸로 간주해 몇 점, 그 가족이 남자면 몇 점, 나이에 따라 몇 점…. 이런 점수에 일정액을 곱해 건보료를 책정한다.

현재 부과체계는 7개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어느 그룹이냐에 따라 누구는 자동차가 있다고 건보료 더 내는데 누구는 그렇지 않고, 어느 집은 애 낳았다고 건보료 오르는데 다른 집은 가족이 아무리 많아도 괜찮은 상황이 벌어졌다.

직장·지역 통합 당시 이런 문제를 지적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헌법재판소는 2000년 ‘조건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 조건은 “직장·지역의 재정통합 완료(2003년)까지 시간이 있으니 공평한 체계를 만들라”는 거였는데 14년이 흐르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