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헉, 추심업체 직원들이 ‘친구’로 밤에도 “빚갚아라” 공포의 까똑

입력 2014-08-25 01:46 수정 2014-08-25 03:03

“잘 모르는 이가 카카오톡 ‘친구’로 자동 등록되기에 곰곰이 살펴보니 채권추심업체 직원이었습니다. 야간에도 수시로 메시지를 보내 빚을 독촉했고, 채무를 변제한 뒤에도 친구로 남아 있었습니다. 연동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족과 지인의 모습이 많은데 불안합니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에는 ‘카카오톡 채권추심’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대부업체와 채권추심업체의 채권추심 담당 직원들이 채무자를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해 수시로 빚 독촉에 나선다는 고발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음이 불공정 채권추심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권에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전화·문자·이메일 등 모든 수단을 통한 채권추심 한도를 하루 3회로 제한했었다.

민원인들은 카카오톡을 통하면 채권추심 직원들이 본인뿐 아니라 주변인에게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사생활 침해를 우려했다. 채권추심 직원이 카카오톡과 연동되는 SNS인 ‘카카오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채무자의 친구나 지인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카카오톡으로 빚 독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한 채무자는 “다양한 SNS 중 카카오스토리에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이 유독 많은데, 추심 직원이 이것까지 볼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추심업계는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무턱대고 전화 연락을 받지 않는 채무자들에게서 빚을 돌려받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카카오톡의 활용도를 높였다. 대부업체의 한 직원은 “회사의 유선 전화번호가 발신번호로 표시되면 전화를 안 받는 채무자가 많다”며 “휴대전화번호는 제공된 정보였고, 허용된 테두리 안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최근 대부업계를 포함한 전 금융권에 공문을 보내 카카오톡을 동원한 추심을 자제토록 행정지도했다. 카카오톡 추심을 금지할 명확한 법적 근거는 아직 없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가 대두되는 만큼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행정지도 이후에도 카카오톡으로 과도한 채권추심을 하면 금감원 검사 시 내부통제 부문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과다한 전화·문자 등의 추심으로 피해를 입으면 녹취, 메시지 저장 등 증거를 확보해 ‘서민금융119’(국번 없이 1332)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