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후 병영문화 개선의 근본 대책으로 군 사법체계 개편과 군사 옴부즈맨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고위급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국방부가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병영문화 개선은 백년하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군 사법체계를 두고 흔히 ‘원님재판’이라 부른다. 사단장급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관과 재판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지휘관 뜻대로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제도로 인해 군내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지휘관 책임을 묻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휘관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병영 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가 축소·은폐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에게 재판관 역할을 맡기는 ‘심판관 제도’와 지휘관의 ‘형량 감경권’도 폐지돼야 마땅하다. 이런 제도가 군내 폭행 근절에 걸림돌이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지휘관의 부대 통솔권 타령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군내 폭행과 자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독일 캐나다 노르웨이에서 시행 중인 군사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 군은 지나칠 정도로 폐쇄적이다. 보안이 중요한 군 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인권단체의 부대 현장 접근조차 차단하는 것은 문제다. 차제에 일정한 자격을 갖춘 옴부즈맨이 수시로 일선 부대를 방문해 병사들의 애환을 청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군 인권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국회 국방위에 계류 중인 군사 옴부즈맨 설치법(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에 곧 반대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옴부즈맨을 인권위원회나 국회 대신 국방부에 두는 등 우리 실정에 맞게 운용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미 옴부즈맨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한마디로 망발이다.
국방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셀프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급 장교들의 기득권 확보와 병영의 비밀주의는 군의 오랜 타성이다. 이제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군 개혁 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자녀 군대 보내기를 걱정하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심정으로 실효성 있는 개혁안을 마련해야겠다. 우리에겐 남북이 분단돼 있고 수많은 군사기밀을 보호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만 빈발하는 군내 폭행과 자살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군 인권 확립은 강군 육성의 기본 조건이다.
[사설] 軍 사법개혁·옴부즈맨 적극 검토하라
입력 2014-08-25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