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CCTV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부터 CCTV에서 자취를 감춘 관리와 유명 앵커는 25일 현재 11명에 이른다. 최근 두 달 반 사이에만 8명이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당초 수사는 당국의 수사 사실이 공개된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주변 인물에 국한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CCTV 내부의 부패로 초점이 옮겨지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재경채널(CCTV2)이 초토화됐고 다큐채널(CCTV9)에 이어 드라마채널(CCTV8)까지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저우융캉 주변에서 시작된 수사=CCTV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해 말 CCTV 부사장을 지낸 리둥성 당시 공안부 부부장이 잡혀가면서 막이 올랐다. 저우융캉의 핵심 측근인 리 전 부부장은 저우융캉에게 28세 연하인 CCTV 수습기자 자샤오예를 소개시켜 줬다. 저우융캉의 두 번째 부인이 된 자샤오예는 나중에 당국 수사의 핵심 타깃이 된 재경채널의 편집자로도 일했다. 리 전 부부장은 2009년 당시 공안부를 책임졌던 저우융캉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공안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올 초 CCTV에서 자취를 감춘 여성 앵커 선빙과 예잉춘은 저우융캉의 정부(情婦)로 알려져 있다. 두 여성 앵커와 저우융캉을 연결해준 사람도 바로 리 전 부부장이다. 선빙은 2009년 중앙정법위 정보센터로 자리를 옮겨 부주임직에도 올랐다. 당시 저우융캉은 정법위 서기였다. 예잉춘은 1998년 CCTV에 정식 입사해 주요 프로그램인 ‘중국뉴스’를 진행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53%와 66%의 득표율을 기록해 최고의 앵커우먼 영예를 안기도 했다. 선빙과 예잉춘은 개인 비리보다는 저우융캉과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붙잡혀 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서야 홍콩과 중국 언론들은 선빙과 예잉춘이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경채널→다큐채널→드라마채널→?=CCTV에 대한 수사는 저우융캉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로 시작됐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불똥은 재경채널로 튀었다. 지난 5월 30일 재경채널 책임자 궈전시 총감(본부장)과 PD 뎬리우가 공안당국에 잡혀갔다. 이전과 달리 두 사람에 대한 체포 사실과 혐의가 공표됐다. 뇌물수수 때문이었다.
6월 6일 재경채널의 왕스제 PD에 이어 지난 11일에는 재경채널 부총감 리융, 스타 앵커 루이청강이 전격 체포됐다. 리융은 당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보도를 위해 브라질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세관에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청강도 생방송 직전 체포됐다. 모두 뇌물 등 개인비리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6월 초 방송에서 사라진 인기 여성 앵커 아오양즈웨이도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리융과 루이청강 등의 조사와 연관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다큐채널 류원 총감까지 체포되면서 수사가 확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류 총감 체포는 저우융캉의 조사 사실이 공개된 직후 이뤄졌다. 중국 언론들은 류 총감이 ‘경제적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다큐 제작 중 음성적으로 광고를 삽입하고 거래를 했다는 혐의다.
황하이타오 드라마채널 부총감은 지난 14일 당국에 체포됐다. 이를 첫 보도한 중국 인터넷신문 재신망은 “황하이타오가 드라마채널의 프로그램 수입과 방송을 장기간 책임졌다”면서 “이번 사건은 CCTV의 드라마 수입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뒤숭숭한 CCTV…고위층 낙마로 이어지나=재신망은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CCTV 직원이 20여명이라고 보도했다. 금방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CCTV는 올 들어 직원 월급을 30%가량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CCTV 직원은 중국 언론에 “프로그램 진행자와 기자는 물론 운전기사, 청소 도우미 등 직책과 하는 일에 상관없이 모두 임금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CCTV는 안정적이고 체면도 서는 직장으로 젊은이들의 꿈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주위에 이직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프로그램의 팀은 단체로 떠나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CCTV 수사팀은 이미 지난 6월부터 회사에 상주하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CCTV의 광고 수입 부분이다. 기업들, 특히 외국계 기업에는 CCTV의 악명이 높다. 재경채널은 애플, 다농, 스타벅스 등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고발 기사를 내보내면서 광고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CCTV 기자 출신으로 중화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왕칭레이는 “CCTV의 광고를 사면 안전하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CCTV는 소비자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권력과 돈의 회색지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CCTV가 광고 판매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CCTV2의 이름도 ‘경제’에서 ‘재경’으로 바뀌고 광고경영센터도 새로 만들어졌다. 궈전시는 당시 광고 총책임자였다. 이후 CCTV의 광고 수입은 2009년 93억 위안에서 지난해 159억 위안(약 2조62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엄청난 광고 판매 뒤에는 뒷돈과 부정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앵커 루이청강은 CCTV와 관계된 광고·홍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CCTV의 수사가 고위층을 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보는 최근 후잔판 CCTV 회장과 7명의 부회장 중 4명의 부회장이 줄줄이 관계 당국에 약담(約談·비리가 제보된 공무원을 불러 조사와 교육을 하는 제도) 조치됐다면서 고위층의 낙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벌써 11명째… 中 관영 방송 CCTV 수사 어디까지 확대될까
입력 2014-08-26 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