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 2인자 이시바 아베 입각 제의 거절

입력 2014-08-25 03:12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일본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안보법제 담당상 입각 제의를 고사할 계획으로 24일 알려졌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다음 달 3일 단행 예정인 개각을 앞두고 25일 이시바 간사장을 만나 안보 담당상 취임을 정식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시바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안보 정책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입각을 고사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 측은 집단자위권 관련 법제 정비를 위해 신설될 안보 담당상에 이시바 간사장이 적임자라며 여러 차례 그의 입각을 채근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제의가 내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비해 미리 ‘라이벌’인 이시바 간사장의 당내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이시바 간사장은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아베 총리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당시 그는 당원과 서포터,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국회의원만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아베 총리에게 밀려 분루를 삼켰다.

이시바 간사장 본인은 자민당 간사장 연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베 총리가 당의 자금과 공천권을 손에 쥐고 있는 간사장 직을 이시바에게 계속 맡길 것 같지는 않다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당내 2인자면서 동시에 ‘포스트 아베’로 불리던 이시바 간사장의 입각 거부는 아베 총리의 정권 운영에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간사장 지지 의원들은 아베 총리가 이시바 간사장을 경질할 경우 그가 백의종군하면서 내년 9월 열릴 자민당 총재 선거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의 태도에 따라 장차 자민당 내 ‘반(反)아베’ 파벌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어 아베 정권으로서는 내분의 불씨를 안게 될 수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오는 9월 개각을 신호탄으로 이시바 간사장이 당내 및 지방에서 발판을 굳혀 당 총재를 향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 같다고 23일 보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