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금금리 왕창 내려 서민 울리는 은행들

입력 2014-08-25 03:20
시중은행들의 장삿속이 해도 너무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0.25% 포인트 인하하자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렸다. 기준금리가 낮아졌으니 자금중개기관인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폭보다 예·적금 금리는 훨씬 많이 내리고 대출금리는 마지못해 찔끔 인하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기업AMA통장 금리를 기존 연 1.5∼2.2%에서 연 0.3%로 무려 1.2∼1.9% 포인트나 낮춰 다음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잇통장 금리도 연 2.0%에서 0.3%로 1.7% 포인트 낮추는 등 대부분 상품의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다. 은행에 돈 넣어둬봤자 세금 떼고 나면 손에 쥐는 이자가 거의 한푼도 없게 생겼다. 농협은행과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를 기준금리 인하폭보다 많은 0.3∼0.4% 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 변동과 관련 없는 우대금리를 내리거나 자동이체·입출금 수수료 등 고객 혜택을 줄이는 은행도 많다고 한다.

서민들을 울리는 은행들의 이자놀이는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도 감탄할 정도다. 은행 대출금리는 내렸다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주택담보대출은 신한은행이 ‘금리안전모기지론’ 금리를 기준금리 인하 폭과 같은 0.25% 포인트 내렸을 뿐 나머지 은행들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 연동대출 금리를 고작 0.02∼0.09% 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 변화를 반영해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를 결정했다고 항변하지만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 인하폭이 이렇게 차이 나서야 어디 변명이 먹힐 수 있겠는가.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마진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를 천천히 더 적게 내리고, 기준금리가 올랐을 때는 재빠르게 더 많이 올려 잇속을 챙겨왔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변화에 따라 영업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상품 개발이나 수익사업 개발에 소홀한 채 서민들의 등을 쳐서 배를 불리려는 구태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들은 잦은 고객돈 횡령 사건이나 금리담합 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저금리시대에 갈 곳 없는 돈들이 은행으로 밀려든다고 해서 배짱 영업을 계속하다간 한순간에 외면당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금융권의 보신주의 타파를 자주 주문하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예대마진에 치중한 영업도 은행들이 버려야 할 보신주의 행태다.